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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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4년 만에 재선에 성공하면서 트럼프 1기 내각의 행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린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트럼프 1기 당시 펼친 한국과 관련된 굵직한 통상 정책을 시간 순대로 정리했다.

당선 사흘만에 TPP 무력화…IPEF가 전철 밟을까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당선 확정 사흘 만인 2016년 11월 11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백악관에 통보했다. 다자간 무역협정 대신 주요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판단에서다. TPP는 주도국인 미국이 빠지면서 식물 상태가 됐다.

같은 맥락에서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도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재선되면 취임 즉시 IPEF를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IPEF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시장개방 등 조항이 없어 교역측면에서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공급망 공동 대응 등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취임 2달차에 “삼성·LG 불공정무역”…IRA 폐지 사정권

2018년 1월 22일 트럼프 당선인은 수입 가정용 세탁기 및 태양광 전지・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승인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기업들의 제품이 주요 제재 대상이었다. 미국은 우선 연간 120만대의 한국 등 외국산 세탁기 수입물량에 대해선 첫해 20%, 2년째 18%, 3년째 16% 관세를 추과 부과하는 등 공세를 펼쳤고, 우리 기업들은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림으로써 이에 대응했다.

트럼프 2기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등 바이든 행정부가 세액공제 혜택을 주며 미국에 유치했던 투자에 대해 전면 재검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취임 3개월 만에 한미 FTA 재협상 발표…이번에도 반복될까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취임 3개월만인 2017년 4월 “끔찍한 한미 FTA는 재협상하거나 종료시키겠다”고 발언했다. 실제 같은해 7월 우리 정부에 한미 FTA를 개정할 것을 공식 요구해왔고, 이듬해 3월 사실상 타결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양국 간 관계를 고려할 때 무역흑자 여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 트럼프 1기 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달러이던 대미 무역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2.7배 늘어난 상황이라서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대미 무역흑자의 60% 이상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가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취임 반 년 만에 中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미·중 갈등에 새우등 터지나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반 년 만인 2017년 8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 조사를 미국 무역대표(USTR)에 지시했다. 이후 이듬해 3월 말엔 이에 대응하는 '통상법 301조' 행정명령에 서명해 500억~600억달러어치 중국산 1300여개 품목에 25% 실제로 관세를 매겼다. 취임 3년차인 2019년 5월엔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추가로 올렸고, 같은해 8월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까지 지정했다.

미중 갈등은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놓은 한국에게도 큰 타격을 입혔다. 또 중국에 진출해 있던 수많은 한국 기업들도 여러 제재 대상에 속하게 되며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2기때에도 마찬가지로 재연될 수 있다며 기업이 대중 디리스킹을 더 가속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