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술유출' 열공하는 檢…전문교육 받고 산업현장 찾는다
검찰이 우리나라 주력 산업 경쟁력과 직결돼 있는 기술 유출 범죄 대응에 한창이다. 대검찰청 주도로 전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지난달 간부급 검사들이 찾았던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실무 검사들이 재차 방문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과학수사부는 전국 청의 기술 유출 범죄 전담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역량 강화 교육’ 과정을 신설했다. 2022년 9월 과수부 산하에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전국 47개 검찰청에 68명의 전담 검사를 지정한 이래 전문 교육이 이뤄지는 건 처음이다.

오는 11~13일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서 3일 과정으로 첫 교육이 시작된다. 전담 검사 11명이 이수 의향을 밝혀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달 28~30일에는 전담 수사관 대상 실무 교육이 진행된 바 있다.

첫날 국가정보원 담당 과장이 ‘기술 유출 범죄 첩보 생성 방법 및 사례’를 소개한다. 검찰은 기술 유출 범죄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과 수시로 협력하고 있다. 검찰에선 부산지방검찰청의 이재표 마약수사특별수사팀 검사(변호사 시험 1회)가 ‘실제 검찰에서의 수사 사례 및 수사 기법’을 발표한다. 이 검사는 변리사 자격증을 보유했으며, 2020년 서울중앙지검 근무 당시 정보기술범죄수사부에서 기술 유출 관련 사건을 다수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기술 탈취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분쟁조정제도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둘째 날에는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장, 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장,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 등을 지낸 김윤희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가 ‘기술 유출 관련 법과 공판 실무’를 다룬다. 또 대검 사이버기술범죄수사과 소속 전문 수사관들이 포렌식 등 수사 실무를 상세히 알린다.

마지막 날에는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는다. 앞서 지난달 11일 연구소를 방문했던 허정 대검 과수부장(31기), 안동건 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장(35기) 등 고위급 검사들이 실무 검사들에게도 참관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고, 현대차 측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검 과수부는 삼성전자와도 현장 견학 일정을 조율 중이다.

기술 유출 범죄의 심각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검찰 내부에선 산업 현장에 치명적인 피해가 초래되기 전에 수사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등에 준하는 정부 합동 수사 부서를 꾸리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 관계자는 “기술 유출 범죄는 국익과 직결되는, 전쟁에 준하는 안보 문제”라며 “전문 인력 보강 등을 통해 대응 역량을 체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대검에 따르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의자 수는 2019년 28명, 2020년 17명, 2021년 39명, 2022년 34명, 2023년 32명, 2024년(1~9월) 53명으로 5년새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