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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대출 최대 5500만원 축소
수도권 '내 집 마련' 경고등 켜져
빌라 구입 유도 효과는 없을 듯
신생아 특례대출은 오히려 완화
규제와 유예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디딤돌 대출 규제가 현실이 됐다. 업계에선 김 씨와 같은 사례가 늘면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내 집 마련 욕구가 큰 젊은 실수요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시장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저리로 제공하는 정책 대출이다. 연소득이 6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라면 5억원(신혼부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 최대 4억원까지 연 2~3%대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이중 ‘방 공제’는 그간 규정에는 있었다. 하지만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엔 보증을 들면 공제를 면제받기 때문에 젊은 실수요자 사이에선 사실상 사문화된 규제였다. 6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엔 애초 방 공제를 적용받은 뒤 대출 한도가 산출돼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도 면제를 금지하면서 서울 아파트의 경우 5500만원, 경기도에선 4800만원이 자동으로 공제된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후취담보 조건의 미등기 아파트 담보대출(준공 전 중도금과 잔금)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수도권에서 아파트가 아닌 빌라를 구입하거나 비수도권 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대표적인 서민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재원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내년 디딤돌대출 규모가 3조원 줄어들고, 2026년부턴 5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직방에 따르면 디딤돌대출이 적용될 수 있는 서울 아파트(가격 5억원, 전용면적 85㎡ 이하)는 15만9785가구다. 전체 서울 아파트 수와 비교하면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대부분 노후화 소형 아파트다. 반면 같은 가격대의 경기와 인천 지역 아파트는 각각 153만9433가구, 45만8264가구다. 전체 아파트 대비 절반 수준이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다. 이번 대책으로 피해를 보는 대상은 전셋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을 서두르던 3040세대라는 것이다. 경기 부천시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차라리 대출받아 집을 구매하려던 젊은 실수요자의 걱정이 가장 크다”며 “상담한 사례 중엔 ‘정작 비싼 서울 아파트값은 두고 경기도 중저가 아파트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다가구와 연립 등 비아파트 구입 땐 대책에서 제외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빌라시장 침체로 신규 빌라 공급이 없어 노후화된 단지가 대부분인 데다가 젊은 실수요자는 빌라 구입이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못 사게 한다고 빌라를 사진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연소득 5000만원 서민 부부한텐 대출 문을 닫고, 2억원 부부에겐 정책대출 문을 넓혔다”는 말이 나온다. 디딤돌대출 역시 저출생 극복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신혼부부의 소득요건을 7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이번에 디딤돌대출만 한도 축소 대상이 돼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디딤돌대출도 신혼부부 소득 기준을 넓히는 등 사실상 젊은 실수요자에게 신생아 특례대출과 같은 역할을 해 온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녀 계획 등을 고려해 사용할 수 있는 대출 수단이 줄어들었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 완화는 저출생 극복이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었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늘어나는 수요는 연간 2조원 정도로 부담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수도권 '내 집 마련' 경고등 켜져
빌라 구입 유도 효과는 없을 듯
신생아 특례대출은 오히려 완화
경기 수원시에서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이었던 자영업자 김모 씨(36)는 최근 눈여겨봤던 단지 대신 더 저렴한 아파트 단지를 찾고 있다. 내년 초 이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은행에서 받은 대출 상담 결과가 안 좋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디딤돌대출마저 한도가 줄어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앞으로 ‘방 공제’(소액임차보증금 최우선 변제)가 의무 적용된다는 상담사의 설명에 들어보지도, 이해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 변제 금액인 ‘방 공제’에 따라 대출 한도가 4800만원 줄었다는 얘기에 김 씨는 “빌라는 괜찮고 아파트만 한도를 줄인다니 그냥 아파트를 사지 말라는 얘기로만 들린다”고 말했다.
규제와 유예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디딤돌 대출 규제가 현실이 됐다. 업계에선 김 씨와 같은 사례가 늘면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내 집 마련 욕구가 큰 젊은 실수요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시장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원 경고등에 정책대출 조이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일 발표한 ‘디딤돌 대출 맞춤형 관리 방안’에 따라 디딤돌대출의 한도가 최대 5500만원 줄어든다. 디딤돌대출을 받을 땐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 변제금을 제외하고 대출이 이뤄지는데, 이를 흔히 ‘방 공제’라고 부른다.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저리로 제공하는 정책 대출이다. 연소득이 6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라면 5억원(신혼부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 최대 4억원까지 연 2~3%대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이중 ‘방 공제’는 그간 규정에는 있었다. 하지만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엔 보증을 들면 공제를 면제받기 때문에 젊은 실수요자 사이에선 사실상 사문화된 규제였다. 6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엔 애초 방 공제를 적용받은 뒤 대출 한도가 산출돼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도 면제를 금지하면서 서울 아파트의 경우 5500만원, 경기도에선 4800만원이 자동으로 공제된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후취담보 조건의 미등기 아파트 담보대출(준공 전 중도금과 잔금)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수도권에서 아파트가 아닌 빌라를 구입하거나 비수도권 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대표적인 서민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재원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내년 디딤돌대출 규모가 3조원 줄어들고, 2026년부턴 5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수도권 ‘5억 아파트’만 피해 클 것”
시장에선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경기도 5억 언저리 아파트’란 얘기가 나온다. 서울의 경우 애초 가격대가 높아 디딤돌대출 축소의 영향이 적고, 저가 아파트의 경우엔 대부분 주거 환경이 열악해 젊은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직방에 따르면 디딤돌대출이 적용될 수 있는 서울 아파트(가격 5억원, 전용면적 85㎡ 이하)는 15만9785가구다. 전체 서울 아파트 수와 비교하면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대부분 노후화 소형 아파트다. 반면 같은 가격대의 경기와 인천 지역 아파트는 각각 153만9433가구, 45만8264가구다. 전체 아파트 대비 절반 수준이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다. 이번 대책으로 피해를 보는 대상은 전셋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을 서두르던 3040세대라는 것이다. 경기 부천시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차라리 대출받아 집을 구매하려던 젊은 실수요자의 걱정이 가장 크다”며 “상담한 사례 중엔 ‘정작 비싼 서울 아파트값은 두고 경기도 중저가 아파트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다가구와 연립 등 비아파트 구입 땐 대책에서 제외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빌라시장 침체로 신규 빌라 공급이 없어 노후화된 단지가 대부분인 데다가 젊은 실수요자는 빌라 구입이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못 사게 한다고 빌라를 사진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애꿎은 신생아 특례대출에 비판도
이번 대책을 두고 젊은 실수요자 사이에선 신생아 특례대출과 차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전체 기금 대출의 16%를 차지하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모두 제외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생아 특례대출은 연소득 기준을 기존 1억3000만원에서 맞벌이일 때 2억원까지 확대했다.이를 두고 일부에선 “연소득 5000만원 서민 부부한텐 대출 문을 닫고, 2억원 부부에겐 정책대출 문을 넓혔다”는 말이 나온다. 디딤돌대출 역시 저출생 극복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신혼부부의 소득요건을 7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이번에 디딤돌대출만 한도 축소 대상이 돼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디딤돌대출도 신혼부부 소득 기준을 넓히는 등 사실상 젊은 실수요자에게 신생아 특례대출과 같은 역할을 해 온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녀 계획 등을 고려해 사용할 수 있는 대출 수단이 줄어들었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 완화는 저출생 극복이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었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늘어나는 수요는 연간 2조원 정도로 부담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