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바이러스를 주사제로 투여하는 것보다 먹는 게 항암효과도 높고, 환자의 편의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항암바이러스 개발사 바이로큐어는 쥐 실험에서 야생형 레오바이러스(RC402)를 경구 투여시, 다발성인 종양의 경우 억제 효과가 국소 투여보다 월등하게 효과적이었다고 11일 밝혔다. 또한 종양 억제 효과도 레오바이러스가 직접 종양 세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 항암면역 반응을 증가시켜 효과를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는 지난 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온라인판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바이로큐어와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찬, 전홍재 교수팀의 협업으로 진행했다. 2021년 미국암학회(AACR)에서 포스터로 첫 발표 이후, 추가적인 연구 결과를 더한 결과를 이번 논문에 공개했다.

기존에 항암바이러스를 종양내에 직접 투여하는 방법(국소 및 전신투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먹는 항암바이러스가 오히려 더 우수한 효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결과의 주요 골자다.

이전까지 전신투여는 중화항체 때문에 항암효과가 감소할 수 있고, 반대로 국소투여는 침습적이어서 원발암의 위치에 따라 투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레오바이러스를 이용해 먹는(경구용) 항암바이러스를 개발했다. 그리고 쥐 실험에서 먹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있는 다발성 종양까지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종양 억제 효과가 국소 투여보다 월등하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 종양 억제 효과는 레오바이러스가 직접 종양 세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 항암면역 반응을 증가시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신 항암면역 반응 증강에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먹는 레오바이러스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항암 면역 반응에 이로운 쪽으로 재형성을 유도했으며 이로 인해 대장암 모델에서 항암면역 반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로큐어는 최신 연구결과를 근거로 최초의 먹는 항암백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바이로큐어는 ‘RP116 개량형 레오바이러스’에 대한 미국 물질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백신플랫폼으로 국내특허를 취득했다. 먹는 레오바이러스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이왕준 바이로큐어 대표는 “먹는 레오바이러스를 장내 면역 상태를 정상화하는 먹는 면역 증강제 혹은 면역 조절제로 개발 중”이라며 “RP116 개량형 레오바이러스 항암백신은 암 예방 백신 효과도 나타나, 수술 후 암 전이 및 재발을 억제하는 개인 맞춤형 예방 항암백신으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