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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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60년대 국내 100대 그룹 중 지금 100대 그룹에 포함되어 있는 회사는 몇 곳일까?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이 있지만, 10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몇 곳일까?
1980년 10대 그룹과 50년이 지난 지금 10대 그룹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3가지 질문을 국내가 아닌 세계로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구체적 자료 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충격적일 것이다.

1986년 군을 제대하면서 많은 동기들이 ‘대우’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장교 우대도 있지만, 군 근무 경력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동기 모임을 가지면, 대부분 대우 다니는 동기들이 계산을 했다. 그만큼 보상과 복리후생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김우중 회장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책처럼 동기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열심히 뛰었다. 그러던 대우그룹이 망했다. 대우그룹에서 일하던 동기들도 뿔뿔이 흩어졌지만, 지금도 만나면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일할 맛이 났다고 한다.

도전할 목표가 분명하고 조직과 구성원들이 열정에 가득했는데 왜 회사가 망하는 것일까?

2023년 12월 일본 도시바가 상장폐지됐다. 1875년 상장했으니 무려 150년의 역사를 가진 초일류기업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블록버스터, 노키아, 모토로라, 코닥, GE, GM 역시 한 때는 세계적 기업이지만 망했거나 힘을 잃었다. CEO와 경영진이 무능해서 일까? 조직과 구성원이 열정을 다하지 않고 부정과 태만을 일삼고 일에 매진하지 않았을까? 회사의 경영시스템과 제도가 비효율적이었을까? 세계 초일류기업에 맞는 조직, 인력,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많은 기업들이 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일까?

망하는 이유는 많다. 사업 구조, CEO의 리더십, 비전과 전략, 제품과 서비스, 조직 문화, 경영 스타일, 인사 제도와 지원 시스템, 참모의 부재 측면에서 원인을 찾으면 수백 가지가 될 것이다.

망한 이유를 크게 보면 다음과 같다.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고 경쟁사에 추월 당했다.
-CEO가 혁신과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
-비효율적인 체질을 개선하지 못했다.
-이기는 성공 DNA를 계승하지 못했고, 새로운 가치를 도입하지 못했다.
-냉정한 현실 파악이 아닌 희망적 전망에 의존했다.
-부정과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었다.
-리스크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대책이 미흡했다.
-시장과 고객의 만족을 이끌지 못했다.
-노사 간 갈등 심화, 조직과 개인의 이기
-핵심 우수 조직, 인재 유지와 저성과 조직과 인재에 강력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성과, 역량이 아닌 관계가 우선
-공평의 인사제도와 NO라고 말할 수 없는 문화

망하는 원인과 대책

A기업에 근무할 때다. CEO가 갑자기 호출하여 “우리 회사의 병폐가 무엇인가?” 묻는다. 대답 보다는 “전 구성원이 생각하는 회사의 병폐를 파악하고 그 내용을 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 구성원 설문을 위해 주니어보드 10명을 회의실로 모이게 했다. 주니어보드에게 CEO가 했던 질문을 했다. 서로 눈치만 보며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종이를 나눠주고 각자 생각을 적고 우측으로 돌리고, 다른 내용을 적고 계속 돌리도록 했다. 10분이 지나지 않아 100개 넘는 병폐가 도출되었다. 중요성, 긴급성, 해결 가능성의 3축으로 병폐를 분류했다. CEO 교체와 같은, 해결 가능성이 없는 병폐는 제외하고 중요성과 긴급성을 중심으로 4개의 영역을 만들었다. 정리한 과제를 시기별로 조금 더 세분하여 30개의 병폐를 선정해 전 직원 설문을 하겠다고 CEO에게 보고했다.

CEO는 30개의 병폐를 보며, 심각하다는 말을 한 후 전 구성원의 생각을 보자고 했다. 전 구성원 설문 조사가 끝나고 분석해 보니, 긍정 응답율 66%가 넘는 병폐 1위는 '조직과 개인 이기주의'였다. 2위가 '성과와 역량 보다 상사와의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 3위가 '내용 보다는 형식 중심의 문화'였다.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기 보다 병폐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 그 자체를 그대로 CEO에게 보고했다. CEO는 경영회의에 이 내용 그대로 공유하라고 한다.

회사가 망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현상 파악이다. 조직과 구성원이 어떠한 모습, 목표, 방안을 가지고 한 방향 정렬되어 있는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금 무엇이 위기이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알고 있어야 한다. 회사의 지속 성과와 역량을 저해하는 요인과 근본 원인을 알고 있어야 한다.

현황 파악이 끝났으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2가지 접근방법이 있다.

하나는 미션, 비전, 전략, 방안,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한 방향 정렬을 가져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5년 후 회사는 이런 모습이 된다. 우리는 매년 이런 전략과 방안으로 이렇게 달성해가면 된다. 이를 위해 우리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와 그 근본원인을 찾아 개선 내지 혁신하는 방식이다. 리더의 확고한 의지와 열정, 전문가의 식견이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망하는 기업은 수 많은 이유가 있다.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그 인식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나거나 성과를 창출할 수 없다. 해결안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결코 혼자 할 수 없다. 방향과 방안을 만들어 이끄는 조직과 리더가 중요하다. 전원이 하나가 되어 한 방향으로 가야 하며, 소통과 협업은 기본 중 기본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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