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냉방기(칠러), 전기차 충전기, 식당용 로봇, 스마트공장….

최근 LG전자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업들이다. ‘가전 명가’란 타이틀과는 무관한 사업이지만 LG전자는 개의치 않는다. ‘기업 간 거래(B2B) 전문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메가트렌드에 올라타 소매 시장의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춘다는 게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B2B 전략 방향이다.

5세대 이동통신 특화망(이음5G) 구축은 LG전자가 B2B 사업 고도화를 위해 꺼내 든 새로운 카드다. 모바일,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통신) 등에서 쌓은 노하우와 특허를 바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어서다. LG전자는 외부 기업과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성과도 내고 있다.
LG전자, 16조 5G 특화망 시장 공략한다
LG전자는 “서울역, 경기 시흥 차량기지 등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도 인프라 세 곳에 이음5G 솔루션을 공급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을 것”이라고 10일 발표했다. 이음5G는 특정 공간에 제공하는 맞춤형 5G 네트워크다. 기존 통신사 네트워크가 아니라 전용 주파수를 사용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안정성과 보안성이 뛰어난 게 강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이음5G 시장은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7500억원)에서 2028년 118억달러(약 16조24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서울역에 이음5G가 구축되면 승강장 CCTV와 경보 시스템 성능이 향상돼 이용 고객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시흥 차량기지에선 열차에 설치된 각종 센서를 통해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전송받고 적절한 시점에 정비하는 ‘상태 기반 유지보수’가 가능해진다.

LG전자의 이음5G 드라이브는 B2B 사업 전략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사업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다. LG전자는 중장기적으론 코레일에 실제 철도 시설물을 3차원(3D) 가상 세계에 옮기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스마트공장 사업에서 쌓은 관제, 안전, 유지보수 솔루션 등을 결합한 철도 인프라 관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LG전자의 목표다.

LG전자는 이음5G 외에도 다양한 B2B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B2B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BS사업본부는 최근 “전기차 충전기,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B2B 사업에서 2030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매출(5조4120억원)의 두 배에 이르는 공격적인 목표를 잡은 것이다.

가전 전문 H&A사업본부도 빌트인 등 B2B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텍스케어 2024’에 참가해 세탁 전문점,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주로 활용되는 B2B용 대형 세탁·건조기 신제품 6종을 선보였다. 조 사장은 “고객이 머무는 공간 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으로 지속 확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