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여성 행진대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가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여성 행진대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가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끝난 뒤 온라인상에서 남녀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이 많은 계층에서 남녀 간의 지지 후보가 엇갈리는 성(性) 대결 양상으로 흘러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지난 5일 대선 직후 24시간 동안 X(옛 트위터)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 ‘부엌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 등의 표현이 4600% 늘었다고 밝혔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한 것이다. 또 대선에서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여성 혐오 표현도 대선 당일에만 4만2000여개 계정에서 6만4000회 이상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ISD는 이번 혐오 표현의 확산 주범으로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를 꼽았다. 미국 백인 민족주의 성향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푸엔테스가 자신의 X 계정에 ‘당신의 몸, 나의 선택. 영원히’라고 쓴 게시물은 3500만회 이상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X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도 해당 문구는 인기 키워드 목록에 올랐고, 틱톡에서는 여성 이용자 계정에 이 문구를 쓴 댓글이 무더기로 달리기도 했다.

더 나아가 온라인상에서는 여성 참정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미국 헌법 제19조 개정안을 폐지하라는 주장을 담은 ‘19조를 폐지하라(repeal the 19th)’는 문구는 SNS상에서 전주 대비 446% 늘었다. ISD는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이같은 문구가 확산된 것으로 분석했다. ISD는 (남성 중심 커뮤니티가) 여성의 권리 제한에 대한 서사를 더욱 노골적으로 공격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선거 결과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한때 한국의 일부 여성 사이에서 유행했던 ‘4B(非) 운동’이 미국에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4B를 뜻하는 비혼(Bihon·no marrying men)·비출산(Bichulsan·no giving birth)·비연애(Biyeonae·no dating men)·비성관계(BIsekseu·no sex with men)라는 한글 단어를 한글 발음 그대로 소개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4B 운동에 대한 검색량은 대선 다음날인 6일 하루에만 전일 대비 450% 급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 미국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반발 차원에서 4B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각에서는 이들 여성운동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면서도 “미국의 일부 여성 네티즌들이 이번 대선 결과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한국의 4B 운동에 대해 소개하거나 자신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