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제미오스 "그래피티는 하위문화 아닌 가장 중요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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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출신 쌍둥이 아티스트 오스제미오스 인터뷰
서울 리만머핀에서 두번째 전시회
"그래피티, 1960년대 뉴욕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
"잠깐 사라질 문화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된 것"
서울 리만머핀에서 두번째 전시회
"그래피티, 1960년대 뉴욕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
"잠깐 사라질 문화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된 것"
마치 거울을 보듯, 똑 닮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선 2명의 남자. 같은 날 세상에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같이 태어나 함께 크고, 합심해 그림을 그린 50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다투거나 언쟁을 벌인 적이 없다는 이들. 이상하리만큼 같은 날 같은 꿈을 꾸고, 말하지 않아도 뇌를 공유한 듯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특별한 쌍둥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온 '꿈을 실현하는 형제' 오스제미오스를 만났다.
by_최지희 기자
포르투갈어로 ‘쌍둥이'라는 뜻을 가진 그룹명 ‘오스제미오스’에서 알 수 있듯, 일란성 쌍둥이 형제 구스타보 판돌포와 오타비오 판돌포는 1974년 같은 날 세상에 태어났다.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이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 개인전 '꿈의 포털'을 열면서다. 2020년에 이어 2번째 국내 전시지만, 형제가 한국을 직접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전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 상파울루 길거리에 그래피티 작품을 그려넣으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우리는 브라질 힙합에 미쳐 있었어요.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함께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그래피티를 그렸어요."
상파울루에서 그래피티 그리다 주목 그래피티는 그들에게 단순한 장난이나 일탈이 아니었다. '자아 표출의 수단'이었다. 이들은 이후 조각, 회화, 설치작품 등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도 그래피티를 가장 소중히 여겼다. 형제는 "우리의 뿌리는 영원히 그래피티에 있다"며 "그래피티는 성장기 내내 우리를 둘러싼 문화였고, 상파울루 도시 전체가 우리의 스튜디오였다"고 했다.
하지만 미술관, 갤러리에서 전시를 펼칠 땐 그래피티 작품을 절대 내놓지 않는다. '그래피티는 밖에서 펼쳐져야만 그 진가가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내 전시에서는 그래피티만큼 다른 창의적인 방향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하고 싶어요. 그림, 조각 등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오스제미오스의 상상력 안으로 뛰어들어오게 만들고 싶죠."
그래피티는 흔히 미술계에서 '하위문화'로 분류되어 왔고 현재도 그렇다는 점에 대해 형제는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그래피티는 1960년대 뉴욕에서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졌을만큼 오래된 문화"라며 "잠깐 존재하다 사라질 문화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래피티만큼이나 큰 규모로, 오랜 기간동안 이어진 예술적 운동도 없었습니다. 일부가 시작한 일탈이 전 세계를 뒤덮고, 새로운 사람이 계속 생겨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죠. 하위문화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스프레이만으로 창조한 꿈의 세계
그래피티에 뿌리를 둔 작가인만큼, 오스제미오스는 모든 회화를 스프레이 페인팅으로만 그린다. 인물 외곽에 섬세한 얇은 선을 그릴 때도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 "캔버스 위에 무언가를 그릴 땐 오직 스프레이만 사용합니다. 우리가 그래피티를 시작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굽히지 않고 이어 온 기법이죠."
형제는 작업을 할 때 색 조합과 화면 구성을 모두 즉흥적으로 짠다. 이것이 '스트리트 아티스트 다운 작업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중에는 반짝이는 그림들도 있는데, 이 질감을 만들기 위해 완성된 작품 위에 스팽글을 붙였습니다. 세밀함이 생명인지라 스팽글 알갱이를 '한 땀 한 땀' 직접 글루로 붙였어요." 그림 속 캐릭터가 입은 의상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오스제미오스는 "사람들이 입는 옷들의 디자인이 모두 다른데, 왜 그림 속 인물의 옷 디자인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느냐"며 "우리는 패션 디자이너가 옷을 제작하듯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개성에 맞춰 모두 다른 디자인을 그려넣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작품에는 형제가 사랑하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존재는 강아지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든 작품에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 1990년대 이들이 실제 키우던 강아지다. 형제가 길에서 발견해 키우던 가족과도 같은 존재다. 오스제미오스도 “강아지가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절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됐는데, 이것도 우연이자 인연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이밖에도 새와 말, 고래 등 다양한 동물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동물을 향한 이들의 애정과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2020년 국내 첫 개인전 당시 한국 방문이 좌절됐던 만큼 형제에게 이번 내한은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함께 서울 곳곳을 쏘다니며 추억을 쌓고 있다고 했다. "궁금했던 도시인 서울에서 '우리답게' 도시와 거리를 탐험하며 발견하고 있다"며 "인터뷰 전날엔 둘이서 동묘 시장을 다녀왔는데, 옷 더미, 빈티지 붐박스, 쌓인 LP들을 보며 '어메이징 플레이스'라고 외쳤다"며 웃었다.
지난 8월, 미국 워싱턴 허쉬혼미술관은 50주년 기념전으로 오스제미오스를 조명했다. 이들을 초청해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줬다. 무려 900점이 넘는 작품들을 미술관 전체에 '깔아놓고' 오스제미오스 형제의 30년 작업 일대기를 훑었다.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던 스트리트 아트가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미술관을 점령한 것이다.
허쉬혼미술관에서의 전시 경험은 형제에게도 소중했다. 이들은 "워싱턴 전시는 우리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했다. "전시를 오랜 기간 준비했고,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허쉬혼 팀이 우리의 브라질 스튜디오까지 작품을 고르기 위해 몇 번이고 찾아올 정도였죠".
워싱턴 전시 전, 이들의 고향인 브라질에서의 순회전이 먼저 이뤄졌다. 형제는 "전시를 우리의 고향인 브라질에서 시작한 것도 인상이 깊었다"며 "지금까지 작업했던 모든 매체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작업 초기부터 1980년대를 거쳐 현재까지 우리의 독특한 작업 스타일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 궤적을 볼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동묘시장은 어메이징한 플레이스" 워싱턴을 돌고 서울에 온 오스제미오스가 이번 전시에서 내세운 메시지는 '꿈'. 형제가 꾸는 ‘꿈의 공간'을 리만머핀에서 실현하겠다는 생각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두 사람은 실제 같은 날, 같은 밤, 같은 꿈을 꾼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잠에서 깨 꿈 이야기를 하면 놀라울 정도로 모든 내용이 일치한 경우도 있었다. 관객에게 이 놀라운 경험을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형제의 목표다.
눈코 뜰 새 없는 전시일정 속에서도 형제는 이번 전시에 나올 작품들을 모두 새로 작업했다. 전시 컨셉, 공간 구성 등 전시 구성에도 힘썼다. 이들은 "우리의 그림이 관객의 집에 걸리는 풍경을 생각했다"며 "관객이 그림과 연결되는 느낌을 얻고 상상력을 열어주는 창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회화들 사이에는 다 대화가 존재한다고 상상했어요. 마치 작품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듯 배치했죠. 우리의 '판타지 세상'으로 관객을 끌어들인 뒤 오스제미오스만의 긍정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스제미오스를 지탱하는 영감의 원천은 ‘삶’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본 오로라, 함께 활동하는 아티스트들, 어젯밤 꾼 꿈, 어머니의 이야기 등 매일이 이들에게는 영감으로 넘쳐난다. 경험과 상상을 결합해 작품이 탄생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주변의 모든 것들, 많은 예술에 열려 있었죠. 형에게 그림 그리는 걸 배우고, 동네에서는 친구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자수 예술가인 어머니는 매일 작업을 했어요, 아버지는 우리에게 밤마다 음악을 들려줬죠."
오스제미오스에게 고향 브라질 상파울루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여러 작품에서 상파울루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유다. 형제는 "물론 어느 도시가 그렇듯 혼돈도 있지만, 문화적으로 매우 비옥한 곳이 상파울루다"라며 "우리는 고향에서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멋진 문화들로부터 예술적 상상력을 키웠다"고 했다. "브라질은 '없으면 없는대로 풍족하게 즐기자'라는 정신이 강해요. 물감이 없으면 다른 걸로 그림을 그리고, 부족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걸 찾아내는 상상력이 뛰어나죠." 이들은 힙합과 패션 등 외부 문화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오스제미오스는 "우리는 패션, 음악, 영화, 다른 작가들 등 언제나 다른 것들을 들여다보고 배우고 만나는 데 열려 있다"며 "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열린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열려 있으면 세상에 어떤 것에서든 영감을 받을 수 있어요. 열면 열수록 다양한 영감을 받을 수 있죠. 어떨 땐 영감이 가득 차서 뇌를 정리해야 할 정도랍니다."
이들은 가상 세계인 '트리트레즈'를 만들고 모든 작품을 통해 선보여 오고 있다.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될 수 있는 공간'이다. 형제는 "트리트레즈는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세상인데, 그 세계를 우리가 기억해내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어린 시절을 잊고 살아가는지 말하고 싶었다"는 것. 두 사람은 피를 나눈 형제임에도 흔한 다툼 한 번을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태어나서 다툰 적이나 생각이 다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가끔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는 관계입니다. 하나가 문장을 말하기 시작하면 다른 하나가 문장을 끝낼 수 있을 정도죠."
세계의 주목을 받는 형제이니만큼, 서울 전시 이후 일정도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협업) 계획도 많았다. "서울 전시 직후엔 독일에 갑니다. 마클린(Marklin)이라는 기차 장난감 회사와 함께 '오스제미오스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포르투갈에서는 도자기 브랜드와 손잡고 가로-세로 1m짜리 접시를 만들 예정이예요." 리만머핀에서의 전시는 1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by_최지희 기자
포르투갈어로 ‘쌍둥이'라는 뜻을 가진 그룹명 ‘오스제미오스’에서 알 수 있듯, 일란성 쌍둥이 형제 구스타보 판돌포와 오타비오 판돌포는 1974년 같은 날 세상에 태어났다.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이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 개인전 '꿈의 포털'을 열면서다. 2020년에 이어 2번째 국내 전시지만, 형제가 한국을 직접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전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 상파울루 길거리에 그래피티 작품을 그려넣으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우리는 브라질 힙합에 미쳐 있었어요.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함께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그래피티를 그렸어요."
상파울루에서 그래피티 그리다 주목 그래피티는 그들에게 단순한 장난이나 일탈이 아니었다. '자아 표출의 수단'이었다. 이들은 이후 조각, 회화, 설치작품 등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도 그래피티를 가장 소중히 여겼다. 형제는 "우리의 뿌리는 영원히 그래피티에 있다"며 "그래피티는 성장기 내내 우리를 둘러싼 문화였고, 상파울루 도시 전체가 우리의 스튜디오였다"고 했다.
하지만 미술관, 갤러리에서 전시를 펼칠 땐 그래피티 작품을 절대 내놓지 않는다. '그래피티는 밖에서 펼쳐져야만 그 진가가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내 전시에서는 그래피티만큼 다른 창의적인 방향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하고 싶어요. 그림, 조각 등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오스제미오스의 상상력 안으로 뛰어들어오게 만들고 싶죠."
그래피티는 흔히 미술계에서 '하위문화'로 분류되어 왔고 현재도 그렇다는 점에 대해 형제는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그래피티는 1960년대 뉴욕에서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졌을만큼 오래된 문화"라며 "잠깐 존재하다 사라질 문화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래피티만큼이나 큰 규모로, 오랜 기간동안 이어진 예술적 운동도 없었습니다. 일부가 시작한 일탈이 전 세계를 뒤덮고, 새로운 사람이 계속 생겨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죠. 하위문화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스프레이만으로 창조한 꿈의 세계
그래피티에 뿌리를 둔 작가인만큼, 오스제미오스는 모든 회화를 스프레이 페인팅으로만 그린다. 인물 외곽에 섬세한 얇은 선을 그릴 때도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 "캔버스 위에 무언가를 그릴 땐 오직 스프레이만 사용합니다. 우리가 그래피티를 시작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굽히지 않고 이어 온 기법이죠."
형제는 작업을 할 때 색 조합과 화면 구성을 모두 즉흥적으로 짠다. 이것이 '스트리트 아티스트 다운 작업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중에는 반짝이는 그림들도 있는데, 이 질감을 만들기 위해 완성된 작품 위에 스팽글을 붙였습니다. 세밀함이 생명인지라 스팽글 알갱이를 '한 땀 한 땀' 직접 글루로 붙였어요." 그림 속 캐릭터가 입은 의상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오스제미오스는 "사람들이 입는 옷들의 디자인이 모두 다른데, 왜 그림 속 인물의 옷 디자인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느냐"며 "우리는 패션 디자이너가 옷을 제작하듯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개성에 맞춰 모두 다른 디자인을 그려넣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작품에는 형제가 사랑하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존재는 강아지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든 작품에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 1990년대 이들이 실제 키우던 강아지다. 형제가 길에서 발견해 키우던 가족과도 같은 존재다. 오스제미오스도 “강아지가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절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됐는데, 이것도 우연이자 인연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이밖에도 새와 말, 고래 등 다양한 동물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동물을 향한 이들의 애정과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2020년 국내 첫 개인전 당시 한국 방문이 좌절됐던 만큼 형제에게 이번 내한은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함께 서울 곳곳을 쏘다니며 추억을 쌓고 있다고 했다. "궁금했던 도시인 서울에서 '우리답게' 도시와 거리를 탐험하며 발견하고 있다"며 "인터뷰 전날엔 둘이서 동묘 시장을 다녀왔는데, 옷 더미, 빈티지 붐박스, 쌓인 LP들을 보며 '어메이징 플레이스'라고 외쳤다"며 웃었다.
지난 8월, 미국 워싱턴 허쉬혼미술관은 50주년 기념전으로 오스제미오스를 조명했다. 이들을 초청해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줬다. 무려 900점이 넘는 작품들을 미술관 전체에 '깔아놓고' 오스제미오스 형제의 30년 작업 일대기를 훑었다.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던 스트리트 아트가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미술관을 점령한 것이다.
허쉬혼미술관에서의 전시 경험은 형제에게도 소중했다. 이들은 "워싱턴 전시는 우리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했다. "전시를 오랜 기간 준비했고,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허쉬혼 팀이 우리의 브라질 스튜디오까지 작품을 고르기 위해 몇 번이고 찾아올 정도였죠".
워싱턴 전시 전, 이들의 고향인 브라질에서의 순회전이 먼저 이뤄졌다. 형제는 "전시를 우리의 고향인 브라질에서 시작한 것도 인상이 깊었다"며 "지금까지 작업했던 모든 매체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작업 초기부터 1980년대를 거쳐 현재까지 우리의 독특한 작업 스타일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 궤적을 볼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동묘시장은 어메이징한 플레이스" 워싱턴을 돌고 서울에 온 오스제미오스가 이번 전시에서 내세운 메시지는 '꿈'. 형제가 꾸는 ‘꿈의 공간'을 리만머핀에서 실현하겠다는 생각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두 사람은 실제 같은 날, 같은 밤, 같은 꿈을 꾼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잠에서 깨 꿈 이야기를 하면 놀라울 정도로 모든 내용이 일치한 경우도 있었다. 관객에게 이 놀라운 경험을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형제의 목표다.
눈코 뜰 새 없는 전시일정 속에서도 형제는 이번 전시에 나올 작품들을 모두 새로 작업했다. 전시 컨셉, 공간 구성 등 전시 구성에도 힘썼다. 이들은 "우리의 그림이 관객의 집에 걸리는 풍경을 생각했다"며 "관객이 그림과 연결되는 느낌을 얻고 상상력을 열어주는 창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회화들 사이에는 다 대화가 존재한다고 상상했어요. 마치 작품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듯 배치했죠. 우리의 '판타지 세상'으로 관객을 끌어들인 뒤 오스제미오스만의 긍정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스제미오스를 지탱하는 영감의 원천은 ‘삶’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본 오로라, 함께 활동하는 아티스트들, 어젯밤 꾼 꿈, 어머니의 이야기 등 매일이 이들에게는 영감으로 넘쳐난다. 경험과 상상을 결합해 작품이 탄생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주변의 모든 것들, 많은 예술에 열려 있었죠. 형에게 그림 그리는 걸 배우고, 동네에서는 친구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자수 예술가인 어머니는 매일 작업을 했어요, 아버지는 우리에게 밤마다 음악을 들려줬죠."
오스제미오스에게 고향 브라질 상파울루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여러 작품에서 상파울루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유다. 형제는 "물론 어느 도시가 그렇듯 혼돈도 있지만, 문화적으로 매우 비옥한 곳이 상파울루다"라며 "우리는 고향에서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멋진 문화들로부터 예술적 상상력을 키웠다"고 했다. "브라질은 '없으면 없는대로 풍족하게 즐기자'라는 정신이 강해요. 물감이 없으면 다른 걸로 그림을 그리고, 부족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걸 찾아내는 상상력이 뛰어나죠." 이들은 힙합과 패션 등 외부 문화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오스제미오스는 "우리는 패션, 음악, 영화, 다른 작가들 등 언제나 다른 것들을 들여다보고 배우고 만나는 데 열려 있다"며 "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열린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열려 있으면 세상에 어떤 것에서든 영감을 받을 수 있어요. 열면 열수록 다양한 영감을 받을 수 있죠. 어떨 땐 영감이 가득 차서 뇌를 정리해야 할 정도랍니다."
이들은 가상 세계인 '트리트레즈'를 만들고 모든 작품을 통해 선보여 오고 있다.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될 수 있는 공간'이다. 형제는 "트리트레즈는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세상인데, 그 세계를 우리가 기억해내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어린 시절을 잊고 살아가는지 말하고 싶었다"는 것. 두 사람은 피를 나눈 형제임에도 흔한 다툼 한 번을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태어나서 다툰 적이나 생각이 다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가끔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는 관계입니다. 하나가 문장을 말하기 시작하면 다른 하나가 문장을 끝낼 수 있을 정도죠."
세계의 주목을 받는 형제이니만큼, 서울 전시 이후 일정도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협업) 계획도 많았다. "서울 전시 직후엔 독일에 갑니다. 마클린(Marklin)이라는 기차 장난감 회사와 함께 '오스제미오스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포르투갈에서는 도자기 브랜드와 손잡고 가로-세로 1m짜리 접시를 만들 예정이예요." 리만머핀에서의 전시는 1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