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에 급락할 것으로 전망되던 2차전지주가 예상을 깨고 반등에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가 실제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LG에너지솔루션은 3.24% 오른 39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당선인 승리가 유력했던 6일엔 7.02% 급락하면서 40만원대가 무너지고 7일에도 1.15% 하락한 뒤 나온 반등이다. 8일 엘앤에프에코프로머티는 각각 7.83%, 5.84% 급등했다. SK하이테크놀로지도 2.21% 상승했다.

트럼프가 IRA를 전면 폐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다. IRA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입한 법으로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IRA 전면 폐지, 연비 규제 폐지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과 대립하는 공약을 쏟아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하원의 의석수 차이를 감안하면 IRA 폐지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일어나기 힘들게 됐다”며 “배터리 제조 공장이 있는 지역구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레드 웨이브’(공화당의 백악관 및 상·하원 동시 장악) 구도가 형성됐지만 ‘오바마 케어’(기초 건강보험)를 폐지하는 데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짚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과정을 지원하는 데 최소 1억3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쏟아부었다. 테슬라 사업 비중이 높은 LG에너지솔루션, 엘앤에프 등의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