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지난달 29일 경남 김해 캠퍼스에서 “글로컬 대학으로서 지역과 함께 생존하기 위해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대 제공
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지난달 29일 경남 김해 캠퍼스에서 “글로컬 대학으로서 지역과 함께 생존하기 위해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대 제공
“학령 인구 감소에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방 사립대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백약이 무효해지기 전에 대학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2019년 총장에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해 올해로 5년째 인제대를 이끌고 있는 전민현 총장은 지난달 29일 경남 김해 캠퍼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대로 가다간 2035년 이후 지방 사립대에 지원하는 학생이 거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참여형 수업으로 학습 동기 강화

전 총장은 1999년부터 인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능동적인 수업 참여를 이끌어낼 방법을 오랜 기간 고민했다. 2000년대 들어 입학생 가운데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와 ‘과포자(과학을 포기한 사람)’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고교 시절 입시 위주의 공부로 대학 진학 이후 학습 동기가 크게 저해된 게 문제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 결과 탄생한 교육 과정이 ‘IU-EXCEL(Inje University-EXperience Collaboration Enquiry based Learning)’이다. 경험, 협력, 탐구 학습이라는 뜻의 이 모델은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 방식을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대학 혁신처에서는 먼저 교수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하고, 실제 수업에 적용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총 50개 학과 가운데 초기에는 5~6개 학과에서만 진행되다가 현재는 20개가 넘는 학과에서 동참하고 있다.

그는 전공 수업도 뜯어고쳤다. 전 총장은 취임 이후 20여 개 학과를 과감히 없애고 18개 학과를 신설했다. 게임학과, 스마트물류학과, 반려동물보건학과, 방사선학과 등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개설했다. 또 교수를 임용할 때도 ‘실력’과 ‘현장 경험’을 최우선으로 반영했다.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게임학과에 새로 부임한 김태규 교수가 지도한 인제대 학생들은 올해 9월 ‘2024 울산 GAMEJAM’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3~4학년 이상 고학년도 상을 받기 어려운 대회에서 신설 학과 1학년 학생들이 단기 교육만으로 거둔 성과였다. 전 총장은 “이 밖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등 기존 학과들도 현장 실무를 바탕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원을 적극 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과 하나 되는 대학”

이 같은 혁신 노력은 인제대가 올해 8월 2024년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면서 더욱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인제대는 ‘대학을 책임지는 도시, 도시를 책임지는 대학’이라는 비전을 내세워 글로컬 대학이 됐다. 도시를 바꾸는 데 대학이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핵심 키워드는 지역 사회와의 연계다. 전 총장은 “김해의 현안과 발전 과제에 기여하고 실질적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쌓을 수 있는 현장 학습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학생들이 학문적 성장을 넘어 현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로 길러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캐치프레이즈가 ‘올시티 캠퍼스’ 구상이다. 김해시 전체를 하나의 캠퍼스처럼 활용함으로써 학습, 연구, 교류의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지역 내 다양한 현장에서 실습하고, 지역 기업들은 청년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전국에서 경기 안산 다음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김해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한국폴리텍대와 함께 외국인 취업·생활 지원 채널도 운영한다.

전 총장은 대학과 지역이 공생 관계라고 강조한다. 살기 좋은 지역에 더 좋은 인재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는 “한 해에 약 2400명이 졸업하면 지금은 경남 지역에 200~300명만 남는다”며 “지역 정주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일자리는 물론 문화, 예술, 공연 등 각종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