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정년퇴직 후 재고용된 시니어 촉탁직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시니어의 노조 가입 여부는 명문화돼 있지 않아 정년퇴직과 동시에 탈퇴하고 이후 재가입하지 않는 게 관례다. 현대차 노조는 시니어가 조합원으로 다시 가입할 경우 계약이 끝날 때까지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도록 하는 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14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2019년 숙련 재고용 제도를 도입할 때의 노사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2016년 법에 따라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이후 지속적으로 추가 정년 연장을 요구해 왔다. 사측은 급격한 비용 증가와 청년 고용 어려움 등에 따라 난색을 표해 오다가 2019년 기술직 및 정비직 정년퇴직자가 원할 경우 더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 노사 타협을 이뤄냈다. 이렇게 도입된 시니어 촉탁직은 고용이 연장되는 대신 연봉은 정규직 신입사원 수준인 8000만원 안팎으로 하향됐다. 근로자는 고용 연장, 회사는 숙련자 확보 및 비용 증가 최소화가 가능해 ‘윈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 노조가 시니어들을 조합원으로 받을 경우 다음 단계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이 될 게 뻔하다. 당장 연봉을 퇴직 직전의 1억5000만원 안팎으로 높이고 각종 복지도 원상복구해 달라는 요구를 내놓을 것이 확실하다. 노조위원장을 노리는 사람들은 전체 조합원의 10%에 이르는 시니어뿐 아니라 퇴직을 앞둔 근로자의 표심도 얻고자 할 것이다. 사측이 응하지 않는다면 예전처럼 파업 등 강경 투쟁에 나설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무리한 요구와 과격 투쟁 귀족 노조의 대명사 아니었던가.

현대차 노조는 계속 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지금은 퇴직 시점을 늦추되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합리적 방안을 찾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움직임은 일률적 정년 연장을 쟁취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