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8~9일 해주와 개성 일대에서 남측을 향해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 도발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과 민항기 수십 대의 운항에 장애가 발생했고, 어민들은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 북한의 상습적, 무차별 GPS 교란 행위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어서 대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GPS 공격은 전쟁까지 이르지 않는 모호한 수준의 저강도, 회색지대 전략의 대표적 수단이다. 북한은 2010년부터 이를 주요 대남 도발 전략으로 채택하고 횟수를 늘리고 있고, 기술 수준도 정교해지고 있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지난해 1년 동안의 공격 횟수보다 15배나 증가해 578건 발생했고, 이달 장애신고가 331여 건에 이른다.

치명적인 피해는 없었다고 하나 절대 방심할 수 없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전파 출력 강도를 높이고 해킹 등 다른 전자전 수단과 동시다발 공격을 가한다면 항공기 테러, 교통 마비 등과 같은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이미 항공기가 인천공항 착륙 직전 회항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고, 서해 꽃게잡이 어선이 월북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게다가 북한은 여차하면 생화학무기, 폭탄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물풍선과 GPS 공격을 섞은 하이브리드전에도 나서고 있다. 실전을 가상한 예행연습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응을 보면 미흡하다. 군 장비는 웬만한 GPS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체계를 갖췄지만, 민간은 비싼 장비값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아 매번 피해를 보고 있다. 사전 탐지 기능을 강화하고, 대체 항법장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술 수준을 높인 새 GPS 대체 항법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조기 활용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GPS 교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헌장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을 위반한 테러 범죄인 만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북한 도발 저지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