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빨간 잠수경'은 고쳤는데 낡은 설치예술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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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잠수경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 조형물>
전국 2만4000개 건축 미술품 '유지보수' 갈등
빨간 잠수경 건축주 현대백화점
육근병 작가와 전격 합의
수리 보수 마치고 12일 공개
광주 '기원'·서울 '한강기념비'
철거 원해도 작가반대로 손 못대
관리 해체 관련 법규정 마련해야
전국 2만4000개 건축 미술품 '유지보수' 갈등
빨간 잠수경 건축주 현대백화점
육근병 작가와 전격 합의
수리 보수 마치고 12일 공개
광주 '기원'·서울 '한강기념비'
철거 원해도 작가반대로 손 못대
관리 해체 관련 법규정 마련해야

빨간 잠수경은 건축주인 현대백화점이 작가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다행히 문제가 해결됐지만 노후 공공예술품 처리의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작가와 건축주 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장 마친 빨간 잠수경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서울 신촌점 앞 빨간 잠수경을 약 2주간 개·보수한 뒤 12일 다시 선보인다.이 작품은 2009년 현대백화점이 신촌점 입구에 설치한 4m 높이 조형물이다.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육근병 작가의 ‘생존은 역사다’ 연작 중 하나다. 15년간 신촌광장을 지킨 랜드마크로 자리잡았지만,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슬어 흉물스럽다는 비판이 많았다.

여전한 작가·건축주 간 갈등
건축 미술작품을 둘러싼 작가와 건축주 간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995년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을 신·증축할 때 건축주가 의무적으로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한 이후 전국에 깔린 작품은 2만4000여 개에 달한다.광주시는 제1회 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린 2005년 당시 시청 앞에 설치한 이탈리아 건축가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기원’을 철거하려다가 멘디니 측 반대에 직면했다. 작품에 사용된 천 소재가 오염과 파손에 취약해 매년 이를 교체하는 데 1억원 이상을 쓰고 있어서다. 그러나 멘디니 측은 ‘동일성 유지권’을 이유로 철거에 반대해왔다. 2019년 그가 사망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광주시가 올해 초 유족에게 철거를 요청했으나 유족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서울 청담도로공원에 설치된 한강종합개발기념비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철거 요구가 들끓었지만 저작권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철남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국과 미국은 예술위원회에서 건축 미술작품의 유지보수와 처분을 관할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리 매뉴얼과 사후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사후 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