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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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후 보편관세 10% 신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와 같은 파격적인 경제 공약을 실제로 추진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주요 사례를 고려할 때 국내외 정치·외교와 사안별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美 '10% 보편관세' 현실화 가능성…韓에 자동차 양보 요구할 수도

(1) 보편관세 추진 가능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경제 공약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정책은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물리는 보편관세다. 다수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초기 보편관세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대통령 임기 때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관세를 인상하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했다.

정책이 실제 입안될지와 관련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월가는 보복관세 등에 따른 미국 기업의 수출 위축,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와 인플레이션 재발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편관세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과 맞지 않아 무역 상대국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아 정책으로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일단 발표한 뒤 이를 압박 카드로 활용해 주요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편관세를 매기더라도 한국과 같은 핵심 동맹국은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예외 인정에 상응해 한국 측 양보를 요구할 개연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재개정, 자동차 등 일부 품목 관세 인상, 정부의 환율 개입 최소화 조치 등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 한·미 FTA 재협상, 우선순위 밀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당시 양자 FTA에 대해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합의를 했냐”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첫해인 2017년엔 한·미 FTA 재협상을 밀어붙여 이듬해 타결을 이뤄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 입장에서 한·미 FTA 개정은 후순위 통상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보편관세나 USMCA 재개정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트럼프 경제 참모들도 대한국 무역적자 규모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 1기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달러 수준이던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지난해 514억달러로 커졌다.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는 “한·미 FTA를 전면 재협상하자고 요구하기보다 자동차 같은 특정 분야를 딱 집어 재협상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3) 60% 대중 관세, 국내 기업에 영향

전문가들은 60%에 달하는 대중국 고율 관세와 전방위적 수출 통제는 실제 정책으로 입안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중 특별관세는 관세법과 무역법상 대통령 권한으로도 추진할 수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자국 공급망에서 중국산을 차단하려고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은 그동안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멕시코, 동남아시아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한 한국 기업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기 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충분히 사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 IRA, 일부 혜택 축소 그칠 듯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IRA를 ‘신종 녹색 사기’라며 대통령으로 재선되면 제도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미국 내 상당수 전문가는 IRA 혜택이 미시간, 오하이오, 네바다 등 트럼프 당선을 이끈 지역에 집중된 상황을 고려할 때 큰 폭의 제도 개편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엑슨모빌, 셰브런, 옥시덴털 등 공화당에 우호적인 석유·에너지 기업도 IRA 폐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환/정영효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