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권위자가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규탄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내놨다.

지난 8일 BBC방송에 따르면 하마스와 연계된 현지 교육기관 가자이슬람대에서 샤리아·법학부 학부장을 지낸 살만 알다야 박사는 여섯 쪽짜리 파트와를 통해 “하마스가 지하드를 통제하는 이슬람 원칙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지하드란 신앙을 방해하는 욕망과 싸우는 영적 전쟁을 뜻하지만 불신자에게 맞선 군사적 투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알다야 박사는 “대의명분이나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지하드는 인명을 해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이는 자국 정치인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피했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상대방의 과도한 대응을 유발하는 행동, 즉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전쟁을 촉발하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만 명이 목숨을 잃는 상황을 초래한 것은 이슬람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비판했다.

파트와는 종교 지도자가 이슬람법 유권 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알다야 박사의 지적만으로도 하마스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BBC방송은 “가자지구 내부와 아랍권 전반에서 그간 하마스가 보여온 행동에 대한 도덕적·법적 논쟁을 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