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 내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 필요성을 밝힌 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찬성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제계가 결사반대하는 상법 개정에 찬성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당론을 정하는 대신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은 일단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앞세워 야당과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10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장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과 관련해 “주주에는 기관투자가 외국인 사모펀드 소액주주 등 다양한 주체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법안은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 경우 소액주주의 이익이 온전히 보호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과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자본시장법을 통해 기업 인수합병(M&A) 시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김 의장은 “여러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 일관된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소액주주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겠다”며 상법 개정을 처음 언급했다. 이후 법무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이 원장은 “배임죄를 폐지하더라도 상법 개정을 관철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그대로 상법이 개정될 경우 소송 남발 우려가 있어 배임죄 폐지 등 다른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장관 시절 상법 개정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하면 기업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측은 통화에서 “작년 상법 개정에 대한 언급은 장관으로서 원론적인 답변이었다”며 “종합적인 방향은 논의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법안 처리에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달 초 박주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상법개정안 검토 의견서’에서 “정부는 관계부처 및 각계 의견을 수렴해 보다 실용적인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박주연/배성수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