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1% 오른 유가…美 이란·베네수엘라 제재 강화 전망에 불안정성 커져 [오늘의 유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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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한 주 동안 1%가량 소폭 올랐다.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주간 기준 1.55% 오른 70.38달러에 거래됐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36% 오른 73.87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원유 시장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빠지며 한 주간 국제 유가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초박빙'을 예상하던 대선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결론이 났고, 트럼프 당선인이 이란의 석유 수출 제재 고삐를 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6일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부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을 경우, 중국의 석유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란산 석유 약 13%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때에도 이란 및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을 조준해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다. 비벡 다르 호주 연방은행 상품 전략가는 "트럼프가 승리하면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시행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이란의 석유 수출이 줄고 석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지난 6일 미국 멕시코만에 허리케인 '라파엘'의 영향으로 이 지역 석유 생산의 22%가 일부 중단된 것도 공급 불확실성을 끌어올렸다. 이후 라파엘이 2등급 허리케인으로 약화했지만, 강풍과 높은 파도를 동반하며 생산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스 호데스 스톤X 분석가는 "허리케인 라파엘로 인한 공급 중단 위협은 5일간 사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7일 금리를 0.25%p 인하한 것도, 석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금리 인하는 경기를 자극해 원유 수요를 증가시킨다.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지난 8일 발표한 10위안(약 193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투자자를 실망하게 하며 금요일 유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지방 정부 부채 해결에 집중한 부양책이 실질적으로 경기를 밀어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서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분석가는 "이러한 조치는 국제 원유 수요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로이터통신에 설명했다. 이날 국제 유가는 중국의 수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2%가량 크게 내렸다. 12월 WTI는 2.7%(1.98달러) 하락했고, 1월 브렌트유는 2.3%(1.76달러) 내렸다.

로버트 야거 미즈호 증권 미국 에너지 선물 부문 이사는 "국제 원유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정책 추세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다"고 블룸버그에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원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중국의 원유 수요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티그룹 분석가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미국 내 석유 생산 증가를 주문하고, 중국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석유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