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시스터즈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전시하고 있는 금박장과 도기. /데브시스터즈 제공
데브시스터즈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전시하고 있는 금박장과 도기. /데브시스터즈 제공
정보기술(IT)업계가 전통문화 전도사로 거듭나고 있다. 게임 콘텐츠와 문화유산을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도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게임과 전통문화를 혼합하면 두 산업이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데브시스터즈는 “오는 19일까지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서울에서 특별전인 ‘불과 파괴의 땅’을 운영한다”고 11일 발표했다. 데브시스터즈는 게임 지식재산권(IP)인 ‘쿠키런’을 보유한 IT 업체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쿠키런을 활용한 전통 공예품이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국가무형유산을 보유한 김기호 장인이 쿠키런 캐릭터인 골드치즈 쿠키를 재해석해 만든 1㎡ 면적의 금박장을 선보인다. 검은 비단에 두께가 0.3㎛(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에 불과한 금박을 씌워 쿠키 문양을 표현했다.

분청사기도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경기도 무형유산인 분청사기장의 보유자 박상진 장인이 쿠키런 캐릭터인 버닝스파이스 쿠키를 활용해 빚어낸 작품이다. 버닝스파이스 쿠키는 게임 속에서 분노와 파괴를 상징한다. 박 장인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미련 없이 파괴하는 도예의 장인정신이 버닝스파이스 쿠키의 상징인 파괴와 맞닿아 있다”며 “이번 협업이 우리 것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는 홀로그램과 대형 벽면 액정을 활용해 전시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데브시스터즈가 게임과 전통문화를 결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에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쿠키런 캐릭터가 그려진 나전칠기 작품을 전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 인지도가 높은 쿠키런 IP를 활용하면 한국의 전통문화를 더 효과적으로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러 예술 장인과 협업해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재미있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우리 문화 알리기에 열심이다. 넥슨은 국가유산진흥원과 협력해 전통 공예 작품과 굿즈를 제작하고 전시하는 ‘보더리스 크래프트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펄어비스도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을 8월 업데이트하면서 경복궁, 창덕궁 등 조선 시대의 궁궐을 게임에 담아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협업해 태평소, 가야금 등 국악기로 게임 배경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사물놀이, 구미호 등 서양 게이머에게 생소한 소재를 게임 콘텐츠로 재해석했다.

스마일게이트는 5월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 3000만원을 후원했다. 경주에서 발굴된 유물의 분석과 복원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해외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는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환수하는 작업을 2012년부터 지원해왔다. 누적 지원 규모가 84억원에 달한다. 이 지원 덕분에 석가삼존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중화궁인 등이 고향을 찾았다.

해외에선 전통문화를 응용해 게임 흥행에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중국 게임사이언스가 지난 8월 내놓은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인 ‘검은 신화: 오공’은 출시 한 달도 안 돼 2000만 장이 팔렸다. 이 게임은 중국 고전소설인 <서유기>를 재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주 이용자층이 10·20대이다 보니 전통문화를 젊은 층에 알리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라며 “게임 개발사도 이미 알려진 전통문화를 소재로 쓰면 인기 IP를 확보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