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백광산업 대표가 전북 군산에 짓고 있는 2차전지 전해액 소재 공장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장영수 백광산업 대표가 전북 군산에 짓고 있는 2차전지 전해액 소재 공장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국내 소재 기업들은 소재 국산화를 장기적인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최근 2차전지 시장에서는 중국이 독점하던 전해액 소재를 국산화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국산 소재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전북 새만금에 신규 공장 설립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기초 화학 업체 백광산업은 전해액 핵심소재인 삼염화인(PCL3)과 오염화인(PCL5) 국산화에 나선다. 중국에 의존하던 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지난달 말 전북 군산 새만금에서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장영수 백광산업 대표는 “부지는 총 10만5785㎡ 규모로 PCL3·5를 연간 22만t 생산할 수 있다”며 “국내 2차 전지업계의 연간 예상 수요 전량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CL3·5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량 발생하는 염산 부산물을 염화칼슘으로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어서다. 장 대표는 “내년 중 부산물 처리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것”이라며 “회사 업력이 오래된 만큼 기술력도 뛰어나기에 가능한 사업구조”라고 강조했다. 1954년 설립된 백광산업는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미국·독일에서 수입했던 가성소다, 염소, 수소, 염산을 국산화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력이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식각재 원료가 대표적이다. 장 대표는 “기존 제품보다 효율성이 좋은 제품을 이미 개발했다”며 “국내외 주요 장비업체와 테스트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배터리 소재 공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떨어진 곳에 33만㎡ 부지를 확보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장 대표는 “이 공장에서만 20여 가지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첨단산업에서 필요로하는 신규 소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식품첨가제 사업도 확대…"美로 수출할 것"

장영수 백광산업 대표. 사진=이미경 기자
장영수 백광산업 대표. 사진=이미경 기자
향후 생산하는 첨단산업 소재들은 미국·유럽으로도 수출할 방침이다. 장 대표는 “우선적으로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뒤 현지에서 소분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며 “수출 물량이 많아지면 미국 현지에서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년 뒤에는 미국에 연락사무소를 설립해 영업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을 거점 삼아 유럽으로까지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고려해 회사명도 영문 ‘PKC’로 바꾼다. 장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사명 변경을 확정했다”며 “주주총회 개최를 통해 공식적인 절차만 밟으면 된다”고 말했다.

회사 매출의 16%를 차지하는 식품첨가제 사업도 꾸준히 확대해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키울 방침이다. 대표 제품인 액상소르비톨은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70%)을 차지하고 있다. 장 대표는 “소르비톨은 단맛이 나지만 혈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은 주로 치약, 어린이 감기약 시럽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향후 1~2년 안에는 점유율이 80%에 달할 것이란 게 장 대표의 예측이다.

회사의 2030년 매출 목표는 1조 5000억원이다. 장 대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제대로 안착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세계적인 화학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군산=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