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쁘고 스트레스 받으면 직장내 괴롭힘? NO!!
사회서비스업 회사의 A 대리는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하면서 평소 조합원들에게 어떠한 고충이 있는지 살피곤 했습니다. A 대리는 최근 옆 부서 직원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 연장근로를 해야하는 등 불만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에 해당 부서와 A 대리 소속 부서를 함께 관장하는 상사인 B 본부장에게 부서회의 시간에 고충사항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러나 B 본부장은 A 대리에게 “지금은 (A 대리) 부서회의 시간이니 타 부서 이야기는 하지 마라, A 대리는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고 담당업무나 해라, 다른 부서 업무에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다”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A 대리는 B 본부장이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여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B 본부장의 발언과 태도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지 고충처리담당자에게 상담을 요청하였습니다.

고충처리담당자는 A 대리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절차 등을 안내해 주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B 본부장의 발언이 누구도 기분 좋을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A 대리가 호소하는 정도로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낄 일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 성립요건 중 하나인 ‘신체적·정신적 고통 및 근로환경 악화’의 인정기준이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피해근로자가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하면 무조건 인정이 되는 것일까요?

위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판례의 사실관계 일부를 재구성한 것으로, 해당 판례에서는 정황상 피고(상급자)의 발언이 근거 없는 타박이었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달리 원고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이 있었다는 정황은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가 원고(하급자)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원고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볼 때 정신적 고통을 느낄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2023.3.8. 선고 수원지방법원안양지원 2021가단123961 판결 참조).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성립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직장 내 성희롱 판단 법리(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를 차용해 종합 판단요소를 제시하면서 “피해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보통의 사람 입장에서 보아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라는 실제 결과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고용노동부(2023)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6.17. 선고 2020가단239162 판결 등).

다만 구체적 판례에서는 문제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폭언, 모욕 등에 해당하고 피해근로자의 인격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곧바로 ‘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판단하기도 하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11.8. 선고 2022가단5054715 판결 등),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 요건 검토 시 이미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 기준의 ‘사회통념’을 고려하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적 검토가 생략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김인희 '직장 내 괴롭힘 판단기준에 대한 연구(2024)', 「노동법연구」)

한편 법원은 문제 행위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인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면서 “직장상사의 폭언, 모욕적인 언행 등이 불법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이로 인해 상대방이 다소 기분이 상한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내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초래할 만한 행위이거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한 경우에까지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한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상대방이 개별적인 기질 내지 특성 등으로 위와 같은 상황에 취약하다는 점을 가해자가 미리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1.8.24. 선고 2020가단506023 판결).

이상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 성립여부의 판단에는 문제 행위가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기준에서 고통을 느낄 만한 것인지가 고려되고 있으므로, 조직에서는 이러한 판단기준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섭될 수 있는 일터 갈등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상황 예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제도 운영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일터에서 경험하는 모든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관적으로 인식하고 특정 상급자를 지목하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더라도, 위와 같은 판단기준으로 볼 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한 경우 당사자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되어 문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 판단기준에 대한 이해에 기반해 자신의 문제 상황을 객관화하여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맞추어 더욱 실효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할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의 차원을 넘어, 보다 궁극적으로 조직은 구성원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동일한 상황에서도 정신적 스트레스 경험 정도는 다를 수 있음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의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등 구성원의 일터 행복을 증진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결국 구성원이 경험하는 일터 행복은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져, 기업의 성장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상미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