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을 임상 중인 보로노이가 임상 1a상에 참여하는 환자 수를 대폭 늘렸다.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용량으로 코호트에서 더 많은 환자에게 투약해 유의미한 효능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VRN11’ 임상 1상의 참가 환자 수를 51명에서 90명으로 늘리는 변경안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최근 받았다.

임상 1a상 21명, 1b상 30명으로 계획된 원안에서 1a상에 참여하는 환자 수만 5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기존에 3명까지만 가능했던 각 용량 코호트당 환자 수를 최대 15명까지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로노이가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상 1a에서부터 더 많은 환자에게서 얻은 효능 데이터를 서둘러 확보해 차후 임상 속도를 높이고 기술수출(LO)도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외에서는 차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 티로신 키나제(EGFR TKI) 개발이 한창이다. VRN11은 3세대 EGFR TKI의 최강자 ‘타그리소’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4세대 EGFR TKI로 분류된다. EGFR 변이 양성 환자에게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썼을 때 약 15%에서 내성 환자가 발생하는 데, VRN11은 이 때 대표적인 내성변이인 C797S와 L858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VRN11은 100%에 이르는 우수한 뇌혈관장벽(BBB) 투과율 등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임상 개발 속도에서 경쟁약 대비 늦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 상황을 살펴보면 국내 신약벤처 제이인츠바이오의 임상 개발 속도가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빠르다. 최적 투약용량을 찾기 위한 임상 1a상이 연내 종료된다. 이어 테라펙스가 용량증량 코호트 후반부를 진행 중으로 제이인츠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보로노이 또한 임상 1a상에서 용량증량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효능을 기대하는 용량의 투약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1일 1회 10㎎, 20㎎, 40㎎, 80㎎, 120㎎, 160㎎ 순서로 증량 중이며, 업계에 따르면 80㎎ 투약을 앞두고 있다. 유의미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용량의 코호트다.

업계에서는 4세대 EGFR TKI의 임상개발이 ‘속도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임상 개발 속도가 빠를 수록 내성 환자 확보가 쉽다. 시장을 장악하는 데도 유리하다. 앞서 보로노이는 임상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임상 1상을 자진 취하하기도 했다. 기존 100%, 100%, 100%, 50%씩 증량하기로 한 용량을 100%, 67%, 50%, 33% 씩 증량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로노이 측은 식약처 허가로 변경된 임상 계획안을 토대로 기존 3명으로 제한된 코호트 인원을 최대 15명까지 늘려 보다 신뢰도 높은 효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과 대만에서 다기관 임상을 하고 있다보니 모집된 환자 수에 비해 각 코호트별 환자 수(3명)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환자 수를 늘려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외에도 1차 치료에 실패한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는 데에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기존 160㎎로 설정한 용량 증량안을 더 높이는 계획도 내부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VRN11은 온·오프 타깃을 가리지 않고 보이는 우수한 특이도 때문에 경쟁약물 대비 안전한 것이 특장점”이라며 “용량을 높여 기존에 신청한 용량(160㎎)보다 더 높은 용량까지 시험해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다른 바이오 전문가 또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았다. 이 전문가는 “타그리소는 1일 80㎎ 투약으로 승인받았는데, 만약 타그리소가 부작용이 더 적고 안전한 약이었다면 더 높은 용량을 권장했을 것”이라며 “환자에게 부담이 가지만 않는다면 더 높은 용량에서 더 긴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만 없다면 고용량도 도전해봄직하다”고 했다.

보로노이가 보는 VRN11 임상 1a상 최종종료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내년 6월에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VRN11의 임상 1a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더 많은 환자에게 VRN11을 투약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치료 효과를 본 환자가 많을수록 임상 1b상을 유리한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1월 12일 15시1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