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스, 주거용 전환됐는데"…'소송 몽니' 부리는 계약자
정부가 지난달 전국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의 오피스텔 전환 문턱을 낮춰 레지던스를 주거시설로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상당수 현장이 여전히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계약자가 그동안 지속한 소송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송을 연장하고 있어서다. 일부 현장은 길어지는 소송 탓에 건물을 다 짓고도 입주가 늦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송 사유가 사라진 만큼 소송이 길어질수록 계약자 피해만 누적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 르웨스트’ 현장은 최근 계약자 876명 중 600여 명이 소송을 지속해 정식 입주 기간 입주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계약자 대부분이 해지 소송이 진행 중이란 이유로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거부하고 입주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현장은 일찌감치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을 허가받아 주거가 가능하다. 주거 불가 때문에 불거진 소송 사유가 해소된 것이다. 계약자는 소송 이유를 하자 보수 등으로 바꿔가며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계약자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최초 소송 이유가 사라진 상황에서 소송 비용과 중도금 연체 해결 등을 협상하기 위해 소송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소송이 길어질수록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 등에 따르면 레지던스 계약자와 시행사 간 집단소송은 전국적으로 50여 건에 달한다. 대부분은 “분양 당시 시행사 측이 주거가 가능하다고 과장광고를 했다”며 주거용 전환 불가에 따른 계약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레지던스의 오피스텔 전환을 허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계약자 중 상당수는 분양 당시 ‘레지던스는 주거시설이 아니다’라는 확인서에 서명했는데, 이제 주거 전환까지 가능해지자 소송 패소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부 현장에선 시행사 측이 집단소송에 나선 계약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집단소송을 유도해 정상적인 사업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계약자는 집단소송을 기획한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뒤늦게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전환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소송에 지면 계약자는 그간 시행사가 대납해온 중도금 연체 이자와 소송비용 등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한다”며 “입주 기간 내 소송이 해결되지 않으면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도 계약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