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을 풀고 의료 개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어제 출범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의료계 유일의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빠진 ‘개문발차’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을 책임지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만 참여했다. 아직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구성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0개월째에 접어든 의정 갈등 속에 정부와 정치권, 일부 의료계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시작이 반’인 만큼 이제부터 나머지 반을 채워 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1차 회의를 마치고 여당 측 대표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려면 한 달여간 핵심 사안을 집중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협의체는 12월 말이 시한인데 매주 1회 전체 회의와 소위원회 회의를 각각 연다고 한다. 참여자 모두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이대로 붕괴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갖고 모인 만큼 효율적이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한다면 촉박한 시간 내에서도 답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민주당과 의협, 대전협도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5월에 이재명 대표가, 9월엔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당사자다. 의료계의 동참을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이제 와서 전공의 참여와 2025년 정원 논의를 조건으로 발을 빼고 있다. 170석 의석을 가진 국회 다수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계속 방관만 한다면 더 이상 환자들의 고통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회장 탄핵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의협과 전공의들도 마찬가지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협의체 출범에 대해 “무의미”하다며 “내년 의대 모집부터 중지하라”고 평가절하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SNS에서 자기주장을 펼 텐가. 공적인 논의의 장이 열린 만큼 의협과 대전협 모두 참여해 의제 제한 없이 정부, 정치권과 논쟁하고 설득하면 될 일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민의 이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해를 넘긴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받을 수밖에 없다. 여야의정 모두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문제 해결에 나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