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수익률 상위권을 휩쓴 K화장품, K푸드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적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시장 눈높이가 높아진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관세 폭탄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K뷰티·푸드, 실적은 탄탄한데…美 관세폭탄 우려에 주가 비실
11일 ETF체크에 따르면 ‘TIGER 화장품’은 최근 3개월간 7.09% 하락했다. 지난 6월 고점 대비 하락률은 24.33%에 달한다. 이 기간 주요 화장품주인 실리콘투(-15.58%) 한국콜마(-11.76%) 아모레퍼시픽(-2.02%) 등이 떨어진 탓이다. ‘HANARO Fn K-푸드’도 3개월 동안 8.06% 내렸다. 앞서 ‘TIGER 화장품’과 ‘HANARO Fn K-푸드’는 올해 상반기에 각각 42.24%, 26.18% 급등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수입품에 10% 보편관세 부과를 주장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 기초 화장품과 식품 등은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지만 10%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 국내 화장품업체와 식품업체 모두 미국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에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받았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은 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K화장품, K푸드 업체의 실적이 여전히 견고한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며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같이 미국에 공정시설을 보유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화장품 수출액은 올해 대비 16% 증가할 전망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보호무역주의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어 반사이익을 볼 여지가 있고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초기에는 미국 소비 회복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에 제조법인을 둔 ODM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