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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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11일(현지시간) 개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의 핵심 이슈가 됐다. 1기 행정부 당시 국제사회의 탄소 감축에 관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적 있는 트럼프의 귀환에 미국의 재탈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현 미국 행정부의 존 포데스타 기후특사는 이날 COP29에 참석해 "트럼프의 당선은 기후 운동가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기후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핸 클린테크 등을 두고 '신종 사기'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포데스타 특사는 미국의 클린테크를 육성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입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설계자다.

포데스타 특사는 개막 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으로) 우리가 직면한 위험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차기 행정부가 기후 정책의 방향을 되돌리려 하겠지만 미국의 도시와 주, 시민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뒷전으로 미룰 일이라고 해도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미국의 헌신과 열정,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안전한 지구를 위한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라며 "이 싸움은 한 국가의 정치 주기를 넘는 더 큰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재선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를 협상하려는 COP29의 의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올해 COP29의 핵심 이슈는 연간 1000억달러에 달하는 기후위기 기금의 선진국 분담 방안, 재원 마련 등에 관한 협상이었다.

국제사회는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겠다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보다 더 강력한 기후목표를 추진할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 개도국과 선진국으로 나뉘고 있다. 선진국은 돈을 내야 할 공여국 범위를 넓히고 민간 재원도 포함하자고 주장하지만, 개도국은 선진국이 더 많이 기여하고 앞장서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선진국이 과거 제한없이 탄소를 배출하며 경제성장을 먼저 이룬 데 대한 대가를 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국제사회가 재원을 두고 이견을 드러낸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결속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2017년 트럼프가 파리협약 탈퇴를 발표했을 때 다른 어떤 국가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미국의 행동이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환경운동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기후위기 대응 유산을 확고히 하기 위해 임기 말까지 남은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