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가 보고됐다. 백신 접종 전인 2개월 미만 영아로, 2011년 백일해 사망자를 집계한 뒤 첫 사례다. 방역당국은 백일해 중증 위험이 높은 1세 미만 영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부나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백일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1일 백일해 양성 판정을 받은 2개월 미만 영아가 입원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해 지난 4일 숨졌다고 12일 발표했다.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2011년부터 백일해 사망자를 집계한 뒤 사망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선 매년 백일해 영아 사망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발작성 기침 탓에 '백일동안 기침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백일해는 올해 11월 첫째주 기준 국내 의심환자가 3만332명 신고됐다. 11월 첫째주 신고 환자는 1474명으로, 10월 둘째주 1152명, 세째주 1560명, 네째주 1795명 등에 이어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만 7~19세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늘고 있다. 올해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13~19세가 45.7%(1만3866명), 7~12세가 42.0%(1만2725명)으로 7~19세 소아·청소년 환자가 전체의 87.7%(2만6591명)를 차지했다.

0~6세 환자는 전체의 3.3%(1008명)로 8월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1세 미만 영아도 지난달 초엔 주당 2~4명으로 적었지만 10월 말엔 12명까지 늘었다.

올해 백일해가 세계 각국에서 유행하면서 사망자도 함께 늘고 있다고 방역당국은 평가했다. 영국에선 올해 9월까지 백일해 환자가 1만3952명 발생했고 영아 10명이 숨졌다.

프랑스에선 올해 13만 명 넘게 백일해 환자가 발생해 35명이 숨졌다. 이 중 소아 사망자가 22명에 이른다. 1세 미만 사망자는 20명이었다. 미국에서도 올해 2만2273명이 백일해에 감염됐다. 1세 미만 사망사례는 지난해 2명, 2022년 1명 보고됐다.

질병관리청은 백일해 감염 시 중증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큰 고위험군 보호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생후 2개월에 시작하는 첫 백신 접종 전 면역을 갖고 태어나도록 임신 3기(27~36주) 임신부는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라면 2·4·6개월차에 백신을 제때 맞아야 한다. 면역저하자, 중등도 이상 만성폐쇄성 폐질환자 등 고위험군이나 영유아 부모 등 돌보미, 의료종사자,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도 올해 유행 상황을 고려해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질병청은 당부했다. 접종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11~12세의 6차 접종도 중요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증가세인 0~6세 백일해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동절기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호흡기 감염병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운영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손씻기, 기침예절 준수, 호흡기 증상 있는 경우 마스크 착용 등을 통해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