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국제시세 안정, 국내 도시가스 가격은 상승 [원자재 포커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올겨울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 가정용 가스 요금은 더 올랐기 때문에 가스 보일러를 마음 놓고 사용하면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12일 시장조사기업 S&P글로벌 플랫츠(Platts)에 따르면 한국·일본 시장(JKM) LNG 선물 가격은 100만BTU(열량 단위·MMBtu)당 13.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작년 4분기 최고 17.7달러까지 올랐던 데 비하면 23.2%가량 내린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혼란이 빚어진 2022년 4분기엔 LNG 가격이 최고 6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글로벌 가스값이 덜 오른 것은 멕시코만 허리케인으로 미국 가스 생산이 차질을 빚었지만, 유럽의 가스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허리케인 라파엘이 미국 멕시코만을 휩쓸면서 이 지역 가스 생산은 중단된 상태다. 미 안전·환경집행국(BSEE)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48만2790배럴의 원유와 3억1000만 입방피트(878만㎥) 의 천연가스 생산이 중단됐다. 371개 석유·가스 생산시설 가운데 37곳의 근로자들이 대피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셰브론과 쉴 등은 최근 인원과 장비를 복귀시키기 시작했다. 미국 헨리허브 가스 가격은 지난주 MMBtu당 2.63달러에서 최근 2.9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ENA가스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 사진=Reuters
ENA가스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 사진=Reuters
허리케인 여파에도 시장을 안정시킨 것은 유럽 시장이다. 그동안 오르던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작년 같은 시기와 비슷한 메가와트시(㎿h)당 43.8유로까지 오른 상태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러시아 가스관에 의존한 국가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유럽 각국은 지금까지 천연가스를 비축했다.

그런데 당초 날씨가 추울 것이란 예보와 달리 최근까지 많은 비가 내리는 등 유럽의 겨울 기후가 온화할 것이라 반대 예보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블룸버그통신은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의 자료를 인용해 "북유럽과 지중해가 12월에서 2월 사이 기온이 평균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최소 60%"라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와 발트해 일부 지역에서는 평소보다 40~50% 더 많은 비와 눈이 내릴 확률이 높아 수력 발전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국내 가정의 난방용 도시가스 소매 가격은 더욱 올랐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8월 주택용 도시가스 도매 요금을 6.8% 인상하는 등 꾸준히 가격을 올리고 있어서다. 가스공사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아 가정에 공급하는 삼천리, 서울도시가스, 예스코, 귀뚜라미에너지 등이 청구하는 가격은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10% 가까이 올랐다. 서울 구로구와 양천구 등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귀뚜라미에너지의 가정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11월 메가줄(MJ)당 20.74원에서 올해 22.30원으로 올랐다. 다른 곳들도 비슷하다. 3년전 MJ당 14원 정도에 불과했던 요금을 2022년 급격히 끌어올렸음에도 원가 상승분을 100%반영하지 못해 가스공사가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