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사진=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을 반영해 3개월 전 전망치(2.5%) 보다 0.3%포인트 낮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관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KDI는 12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 당시 2.6%에서 2.5%로 소폭 내린 후 3개월 만에 0.3%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종전 2.2%에서 1.7%로 대폭 끌어내렸다.

KDI는 예상보다 더딘 내수 회복세를 성장률 하향의 배경으로 꼽았다. 상품 소비를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여전히 낮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건설투자는 누적된 수주 부진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생각했던 것보다 늦어졌고, 고금리가 건설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 성장률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2%)를 하회하며 저물가 현상이 우려된다면서다. KDI가 전망하는 올해 물가상승률은 2.3%로 종전(2.4%)보다 0.1%포인트 낮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올해보다 낮은 1.6%로 예상했다. 정 실장은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물가 안정 목표와 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조금 더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인 2.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전망치(2.1%) 보다 0.1%포인트 내렸다. 내수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지만,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에 따른 수출 둔화로 올해보다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란 게 KDI의 관측이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무역 분쟁이 격화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우리 기업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KDI는 올해 7.0%에 달했던 수출 증가율이 내년 들어 2.1%로 고꾸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이 더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KDI는 관세 인상 등 미국의 통상정책 전환이 2026년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정 실장은 "생각했던 거보다 관세 인상이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더 커져 내년 성장률 전망치(2.0%)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내년 경상수지는 종전 전망치(829억달러)와 올해 연간 전망치(770억달러)보다 높은 930억달러를 예상했다.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입가격 대비 수출가격이 높아지는 등 교역조건이 개선되며 흑자 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민간소비는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올해(1.3%)보다 높은 1.8%를 전망했다. 설비투자도 올해(1.6%)보다 높은 2.1%의 증가율을 예상했다. 다만 이 역시 미국의 통상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투자는 올해(-1.8%)에 이어 내년에도 0.7%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