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로 무대 오른 이은결 "마술쇼를 기대하지 마세요"
한국을 대표하는 마술사 이은결이 연출가로서 무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마술쇼가 아닌 '시네퍼포먼스'라는 장르의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이라는 작품으로 마술사가 아닌 연출가로서 관객을 만났다.

이은결은 12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신의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를 '시네 퍼포먼스'라고 소개했다. '시네 퍼포먼스'는 연극, 마술, 영상, 인형극, 마임, 가면극이 합쳐진 형태의 공연이다. 프랑스 출신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의 영화를 오마주로 한 작품. 6명의 배우가 마술 트릭과 영화 특수효과 등을 활용해 노인이 된 조르주 멜리에스의 상상 속 세상을 그리는 무언극이다.
연출가로 무대 오른 이은결 "마술쇼를 기대하지 마세요"
이같이 생소한 장르의 공연을 열게 된 배경에는 이은결의 마술사로서의 근본적인 고민이 있었다. 1996년 마술을 시작해 30년 가까이 마술을 한국 대중들에게 소개해온 이은결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할 시점이 찾아왔다. 그는 "마술가들은 크게 두 가지 노선을 밟는다"며 "첫 번째는 점점 더 신비롭고 미스테리한 마술을 찾아 나서는 초월주의, 두 번째는 마술의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표현주의"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고 해체해 더 재밌게 마술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어릴 적 우상은 세계 최고의 마술사로 불렸던 데이비드 카퍼필드였어요. 저는 카퍼필드의 마술 중에서도 드라마적 요소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술을 하나의 언어 표현처럼 사용한 사람이죠. 저도 마술을 통해 제 생각과 경험을 담을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는 2014년부터 '멜리에스 일루션'이라는 작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6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처음 공연한 후 우란문화재단에서 쇼케이스 공연과 작품 개발을 거쳐 지난 9일 무대에 올랐다.
연출가로 무대 오른 이은결 "마술쇼를 기대하지 마세요"
이번 공연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제목에 내걸었다. 이전까지는 '마술사 이은결'이라는 이름을 일부러 숨겨왔다. 자신의 이름을 본 관객들이 마술쇼를 기대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매체를 통해 마술사라는 이미지로 알려졌기 관객들은 마술쇼를 기대하게 된다"며 "이은결이라는 이름이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은결은 공연장을 찾을 관객에게 "신기한 마술쇼를 기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워낙 생소한 장르이기도 하고, 마술쇼를 생각한다면 난해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며 "이 공연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기대 없이 마음을 열어두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으로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은결이 연출하는 '멜리에스 일루션'은 오는 17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