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관세킹'…내년 韓성장률 1%대로 떨어질 수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정책이 내년부터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고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편관세 부과 등 통상 정책이 조기 시행되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줘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올해보다 낮아지는 내년 성장률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로 하향했다. 내년에는 민간 소비가 회복되는 등 내수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지만 수출 둔화가 발목을 잡아 올해(2.2%)보다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KDI는 올해 7.0%에 달한 수출 증가율(물량 기준)이 내년엔 2.1%로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통상 여건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경기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통상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각국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이는 곧 수출 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관세 장벽도 수출 감소세를 불러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보편관세 20%를 물리면 한국 전체 수출액은 448억달러(약 63조원) 감소할 수 있다.

해외 IB도 성장률 하향

KDI는 이 같은 관세 인상 조치가 2026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시행 시기가 내년으로 앞당겨지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2%)에 못 미치는 1%대로 추락할 수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지면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더 커져 내년 성장률 전망치(2%)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9월 말 평균 2.1%에서 10월 말 평균 2%로 0.1%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HSBC 1.9%, 노무라 1.9%, 바클레이스 1.8%, 씨티 1.8%, JP모간 1.8% 등 5개 IB가 2%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내놨다. 이 같은 경제 전망엔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공약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은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해야”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2.3%에서 내년 1.6%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올해 2.1%에서 내년 1.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2%)를 밑도는 수준이다. 정 실장은 “디플레이션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물가 안정 목표와 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좀 더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실기론’을 제기한 KDI가 한은을 향해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KDI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DI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25~2030년 1%대 중후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구축하고 진입장벽을 낮춰 혁신적 신생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