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진한 피비린내 풍기며 컴백
리들리 스콧(86)의 역작 ‘글래디에이터’(2000) 후속편이 24년 만에 개봉했다.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글래디에이터2는 ‘속편 징크스’에서 자유롭다고 보긴 어렵지만 꽤 선방한 작품이었다.

새 영화는 1편 주인공이자 전설적인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 분)의 죽음 20여 년 후 루실라(코니 닐슨 분)의 아들 루시우스(폴 메스칼 분·사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코니 닐슨은 1·2편 모두 등장해 두 작품의 연결고리가 되고, 로마의 공화정 체제를 꿈꾸던 영웅 막시무스는 영화 중간중간 플래시백으로 등장하며 영화의 세계관을 완성한다.

영화는 대규모 해상전이 벌어지는 오프닝부터 관객을 로마시대로 데려간다. 당시 시대상에 걸맞게 여기저기 피가 낭자하고, 숨통을 조이는 장면들이 실감 나게 그려졌다. 화려한 볼거리와 웅장한 스케일은 약 150분의 러닝타임 내내 지속된다. 스콧 감독은 앞서 화상간담회를 통해 “1000년도 더 지난 로마시대의 냄새가 날 정도로 당시 건축, 의상, 생활, 의식 등 모든 걸 세세히 조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의 백미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검투사들의 대결.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괴물 원숭이와의 싸움, 상어가 득실거리는 해상 모의 전투 등 판타지적 요소도 포함되며 극적 재미를 더했다.

1편이 막시무스와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 분)의 선명한 선악 구도로 이뤄져 있다면 새 영화에는 신념과 가치의 대립이 담겼다. ‘강한 자가 지배해야 한다’는 검투사들의 주인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 분)와 ‘시민 모두를 위한 나라’를 외치는 루시우스는 효율성과 민주성의 대립을 보여주며 공감을 자아낸다.

막시무스와 루시우스는 검투사로 생사를 걸고 싸우며 인기를 얻고 시민들의 영웅이 된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치지만 막시무스가 절제된 카리스마를 지닌 전형적인 영웅이었다면 루시우스는 친숙한 면을 지닌 영웅에 가깝다. 초반부 루시우스는 로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분노로 가득한 결투를 하지만 과거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점차 대의를 위해 싸운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를 용서하는 루시우스의 심리적 변화는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새 영화가 1편의 ‘막시무스급 신드롬’을 일으키진 못할 수 있지만 ‘아바타’ ‘듄’ 시리즈에 이어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할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갖춘 블록버스터가 귀한 요즘 영화판에서는 더 그렇다. 13일 개봉. 상영 시간 148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