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선도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은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손잡고 일본에 진출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미국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의 중국·일본 판권을 따냈다.
K패션 바람…코오롱FnC·마뗑킴 中·日 공략
대명화학그룹 계열 패션업체 하고하우스는 자사 투자 브랜드 마뗑킴이 무신사와 일본 유통 총판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9년까지 5년이다. 두 회사는 이 기간 매출 목표를 2500억원으로 잡았다. 마뗑킴은 내년 상반기 일본 도쿄 핵심 상권에 첫 단독 매장을 내기로 했다. 5년 내 일본 전역에서 매장을 1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마뗑킴은 온라인에서도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주요 판매 채널로 활용하기로 했다. 마뗑킴은 2022년 11월 무신사에 입점한 뒤 기획전과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등으로 일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패션업계에서는 마뗑킴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무신사와 제휴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해외 진출 시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마뗑킴 역시 홍콩 등 중국권에서는 현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뗑킴은 최근 K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성장세가 가파르고 해외에서 인지도도 높은 만큼 국내외 많은 유통기업, 종합상사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무신사를 택한 건 그동안 무신사가 일본에 구축한 네트워크와 실적, 역량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는 2021년 일본 법인을 설립한 뒤 마르디메크르디, 스탠드오일, 글로니 등 국내 패션 브랜드를 현지에 소개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같은 날 코오롱FnC는 지포어 본사와 중국·일본 시장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포어는 디자이너 마시모 지아눌리가 2011년 미국에서 론칭한 골프웨어 브랜드다. 코오롱FnC는 2021년 국내에 지포어를 들여왔다. 한국 시장에서 지포어는 럭셔리 골프웨어의 대명사로 통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35~44세 이른바 ‘영&리치’를 공략해 주요 백화점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론칭 2년 만인 2022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포어는 중국 시장에서 코오롱FnC가 지닌 역량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2017년 중국 안타그룹과 합작으로 중국에 진출해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코오롱스포츠 중국 매출은 2022년 26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예상 매출은 6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날 발표된 인사에서 유석진 코오롱FnC 대표가 코오롱그룹 중국지주사 대표를 겸임하게 된 것도 중국사업의 성과와 무관치 않다.

이번 계약에 따라 코오롱FnC는 내년부터 중국과 일본에서 지포어 브랜드를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5년간 30개 매장을 열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같은 기간 12개 매장을 낼 예정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