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랠리가 이어지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기술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테슬라 주가는 9%가량 급등해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엔비디아, 애플, TSMC 등 다른 주요 기술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테슬라만 폭등…엔비디아·애플은 숨고르기

나흘간 40% 가까이 폭등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96% 오른 35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5거래일 연속 급등세다. 테슬라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승리가 확정된 지난 6일 이후 39.2% 폭등하며 종가 기준으로 2022년 4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장중 전 거래일 대비 11.65% 뛴 358.64달러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도 새로 썼다. 이에 따라 테슬라 시가총액은 1조1240억달러로 불어났다.

올 들어 41% 넘게 오른 테슬라 주가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운동에 최소 1억3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 CEO는 새 행정부에서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정부효율위원회를 설립해 머스크 CEO에게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ABC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 CEO가 트럼프 당선인을 보좌할 참모진 인선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 행정부의 규제 완화 가능성도 테슬라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월가에선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둘러싼 정부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당선은 앞으로 테슬라와 머스크의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AI) 스토리에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300달러에서 4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머스크 CEO와 트럼프 당선인의 긴밀한 관계가 테슬라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65달러에서 350달러로 올렸다.

반면 테슬라 공매도에 나선 펀드들은 울상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 S3파트너스는 이날 현재 테슬라 공매도 세력이 87억2000만달러(약 12조2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추산했다.

엔비디아·TSMC 등 일제히 내림세

테슬라와 달리 다른 기술주는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1.6% 떨어진 145.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7일 사상 최고가를 찍고, 8일 0.8% 하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직후 일제히 올랐던 애플(-1.2%), 마이크로소프트(-1.07%), 메타(-1.05%), 아마존(-0.64%) 등 다른 기술주도 이날 모두 1%대 안팎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주가가 높이 뛴 만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주가가 이날 3.55% 급락한 것도 기술주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TSMC 주가 하락은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고성능 반도체 공급 중단 명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중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지금 대만에 있다”며 TSMC를 비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