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 견제, 바이든과 트럼프의 차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한 1980년대 이후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을 견지해왔다. ‘악의 축’ 국가들 정도만 예외였다. 울타리 없는 넓은 마당을 선호하던 미국이 급선회한 건 2010년대 후반이다. 중국이 무섭게 성장해 미국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느끼기 시작한 때다.

2016년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대중 압박 노선은 본격화했고 뒤를 이은 조 바이든 대통령도 그 기조를 따랐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장벽 없는 넓은 마당’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이른바 ‘좁은 마당의 높은 장벽’(a small yard with high fence)의 시작을 알렸다. 우방국을 제외하고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해선 높은 울타리를 치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다만 중국의 범용 상품 유입까진 막지 않았다.

이런 선택적인 ‘디리스킹’(탈위험)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전면적인 차단을 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트럼프뿐 아니라 차기 행정부 입각 후보로 물망에 오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마이클 월츠 하원의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모두 대중 강경론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관세 폭탄을 내세워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 중국에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장담한다. 중국 리스크를 선별적으로 관리해온 바이든 행정부와는 결이 다르다. 이렇게 되면 푸충 중국 유엔대사의 말처럼 좁은 마당의 높은 장벽으로 불린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넓은 마당의 철의 장막’ 수준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기조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같은 동맹국을 중시한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에겐 동맹인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지가 중요하지 않아서다. “바이든이나 카멀라 해리스가 ‘메스’를 사용한 곳에 트럼프는 ‘해머’를 들 것”이라는 분석(윌리엄 라인시 전 상무부 차관)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