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실물·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세다. 비트코인의 최근 1주일 상승률은 28%로 세계 30대 투자자산 중 테슬라(44%) 다음으로 높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한국 증시(1조7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전체 암호화폐 시총은 세계 7위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에 바싹 다가섰다.

‘미국을 비트코인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트럼프가 부른 투자 열풍이다. 한때 ‘비트코인은 사기’라던 트럼프가 ‘친(親) 가상화폐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결과다. 비트코인 공급량의 5%(100만 개)를 국가 중요자산으로 비축해 35조달러의 국가부채 상환에 활용한다는 게 믿거나 말거나식 트럼프의 구상이다. 이미 반(反) 가상자산 진영 대표주자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교체설과 하마평이 무성하다.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세지만 지속 여부를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비축은 ‘탈중앙화폐’라는 가상자산의 특성과 충돌한다. 특정 집단이 가격 변동에 개입하는 순간 가상자산은 존재 가치를 상실할 수도 있다. 디지털 자산을 준비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인프라, 금융·재정시스템 구축이 가능할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예상을 뛰어넘는 변동성은 그동안 신중한 행보를 거듭해 온 한국 가상자산 정책 전반의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알트코인 현물 ETF’를 준비 중이고, 유럽은 세계 최초의 암호자산법(MiCA)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도 법인계좌 허용, 토큰증권(STO)법,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자본시장법 수용 등 산적한 난제에 더 전향적이고 빠른 호흡이 필요하다. 트럼프발 폭풍이 아니더라도 스테이블 코인이 무역거래용으로 쓰이며 외환시장 복병으로 떠오른 마당이다. 가상자산시장 급팽창은 디지털 강국 한국에 기회이기도 하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성장의 균형을 맞춰 가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 암호화폐 대항마인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실험도 가속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