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양극화 해결’을 제시하자 정부가 ‘2025 경제정책방향’을 이에 맞춰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자율적인 민간 주도 성장에 초점을 둔 임기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엔 소상공인·청년·취약계층 지원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 역할 확대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국정 전반기엔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경제가 운영됐다”며 “후반기엔 양극화 타개를 통해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의 1차 배분 기능이 잘되지 않아 양극화가 심해졌으면 정부가 2차적인 분배 기능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정 후반기엔 정부 역할이 지금보다 커진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가 시작된 지난 11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민간 주도 성장을 표방하며 감세와 규제개혁을 앞세운 친(親)시장 정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정부가 올초 수립한 ‘2024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테마도 ‘활력 있는 민생경제’였다. 대대적 감세, 건설·투자 분야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워 소비와 기업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대거 반영했다.

하지만 다음달 말 발표되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엔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청년, 어르신 등 취약계층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 등 기존 정책을 넘어 추가적인 양극화 해소 정책을 담을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취약계층 보호 등을 명분으로 정부가 직접 지원을 확대하거나 시장에 개입하는 빈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재자 입장에 머물던 배달 수수료 인하 문제와 관련해 중개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도병욱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