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세계 자금이 미국 증시에 몰려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와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 정책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영향으로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등 뉴욕 3대 지수가 11일(현지시간) 급등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2기가 시작되면 동맹국 방위비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 유럽에선 방산주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세계 각국 증시에서 ‘트럼프 트레이드’ 움직임이 일고 있다.
美 3대 지수도 '레드 웨이브'…트럼프 '기업 프렌들리'에 환호

금융주 주도로 뉴욕증시 상승세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304포인트(0.69%) 상승한 44,293.13으로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사상 최고치로 마쳤다. S&P500지수는 0.1% 상승해 6001.35로, 나스닥지수는 0.06% 상승해 19,298.76으로 장을 끝냈다.

월가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2기에 대한 기대치가 뉴욕증시에 불을 붙였다고 보고 있다. 야데니리서치는 트럼프 2기 때 법인세율이 21%에서 15%로 하락하는 것을 전제로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2025년 275달러에서 285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특히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자본규제 강화 흐름을 트럼프 당선인이 차단하고, 오히려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 주가는 각각 1%, 2.2% 올라 다우존스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는 “S&P500지수가 올해 6200 이상으로 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기업들의 호실적도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S&P500지수를 구성하는 대기업 중 350여 곳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75%가 전문가 추정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ETF에 글로벌 자금 몰려

뉴욕증시 급등으로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속도도 빨라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주식형 펀드 ‘아이셰어 MSCI USA 모멘텀 팩터 ETF’에 미국 대선 후인 8일 19억달러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2013년 펀드 출범 이후 가장 큰 하루 유입액이다. 이에 따라 약 1310억달러 자산을 관리하는 블랙록 모델포트폴리오팀은 연말을 앞두고 주식 비중을 3~4% 정도 높이고 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증시의 야성적 충동이 트럼프의 친기업 성향과 만나 투자심리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증시도 트럼프 당선인 영향으로 방산주를 중심으로 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하는 즉시 유럽 국가들에 국방 예산을 늘리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자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국방비 지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러시아가 뭘 하려고 하든 내버려 둘 것’이라고 발언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1% 상승한 19,448.60에 마감됐다. 프랑스 파리증시의 CAC40지수는 1.20% 오른 7426.88로 거래를 마쳤고, 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지수는 0.65% 상승한 8125.19로 장을 끝냈다.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심해지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트럼프 당선인과 시장의 허니문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현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