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대규모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산 제품 ‘관세 폭탄’ 위협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로 중국 시장 전망이 어두워져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ETF ‘아이셰어즈 차이나 라지캡 ETF(FXI)’에서 지난 4~8일 3억1500만달러(약 4411억원)가 유출됐다.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8일까지 매도세가 이어졌다. ‘아이셰어즈 MSCI 차이나 ETF(MCHI)’에서도 같은 기간 2억8000만달러(약 3921억원)가 빠져나갔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대중국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중국 경기 전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 부양책도 실망을 안겼다. 중국 당국은 8일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5년간 10조위안(약 1932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기대를 모은 특별국채 및 지방특별채 발행 시기와 규모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ETF 리서치업체 베타파이의 록산나 이슬람 산업리서치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할 중국 당국의 광범위한 계획이 없다는 점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지만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말콤 도슨 글로벌X매니지먼트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는 “더 많은 부양책이 발표될 수 있지만 시장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UBS는 10일 내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약 4%로 제시하며 “2026년 성장률 전망치도 상당폭 하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중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고려해 한 달 만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낮춘 것이다. UBS는 미국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산 제품에 단계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대선 이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38% 상승했다. 상하이와 선전증시 우량주 300개로 구성된 CSI300지수도 같은 기간 3.57%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지난 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될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부양책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자 이날 두 지수는 1% 넘게 하락해 상승 폭이 축소됐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