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美 장기채 운명은…"아직 늦지 않았다"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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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봉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솔루션본부장. /사진=이시은 기자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솔루션본부장. /사진=이시은 기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 수준이 한계입니다. 미 채권 투자는 지금이 적기입니다.”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글로벌본부장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 헤지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와 금융주 투자에 기회가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임운용팀, NH아문디자산운용 글로벌주식팀을 이끌던 15년 차 해외자산 투자 전문가다. 현재는 대신자산운용에서 펀드들의 글로벌 주식과 채권 투자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잔존 만기 섞어…장기채·회사채 1대1 투자

지난 11일 S&P500 지수는 결국 6000선 고지를 넘어섰다. 사상 최초다. 황 본부장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는 조정이 왔어야 할 22배를 가뿐히 넘어섰고, 몇몇 대선 테마주들이 아직도 시장을 끄집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대감이 논리를 누른 상태라, 과거 지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감세 정책 강도에 따라 상단은 6300까지도 열릴 수 있지만, 사실 지금부턴 언제든 조정이 와도 지표상으론 어색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기 손실을 피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핀포인트 전략을 펼 때”라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미 채권 관련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서학개미들이 베팅했다가 ‘트럼프 트레이딩’ 앞에서 손실을 봤던 영역이다. 하지만 그는 “10년물 기준 상승 금리의 절반 이상은 사실 ‘텀 프리미엄(장기채 추가 요구 금리)’이 튄 것으로, 미 중앙은행(Fed)이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나가고 있기에 길게 반영될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라는 조언이다. 환 헤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도 강조했다. ‘KODEX 미국채 울트라30년선물(H)’ ‘TIGER 미국채30년 스트립액티브(합성 H)’ 등 국내 자산운용사가 이 같은 상품을 다룬다. 회사채 ETF를 섞어 잔존 만기(듀레이션)을 다양화하는 전략도 구사하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상품명에 ‘투자 등급 회사채’나 ‘하이일드(투기 등급) 회사채’ 명칭이 들어간 상품이라면, 장기채 ETF와 1대1 비율로 담아 추가 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하이일드 상품엔 환 헤지형이 없다.

미 금융주도 놓치면 안 되는 투자 영역이다.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감세 정책 때문이다. 황 본부장은 “재정 압박이 거세지고 채권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데, 미국 리테일 소비자와 중국·일본에서 지금보다 더 미 국채를 소화해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금융사들 규제를 풀어주고 수익성 확보에 길을 터주어 국채를 감당하게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금융주는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황 본부장은 JP모간체이스·모간스탠리·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프로그레시브 등 5개 대형주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에 대부분 부합해 온 강한 금융사들”이라는 이유에서다. 프로그레스는 배당을 자주 준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주고 있다.

"핵심 자산은 30%…레버리지는 피하라"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솔루션본부장. /사진=이시은 기자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솔루션본부장. /사진=이시은 기자
포트폴리오 구성 비율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채권 금리가 내린다고 장기채 상품을 100% 사는 투자자들이 있는데, 시장은 항상 우연의 연속이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는 설명이다. 보통 성향의 투자자를 기준으로 채권은 40%, 주식은 60%가 적절하다고 했다. 여기서 주식의 30%는 ‘핵심 자산’을 설정해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기가 올 정도가 아니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담아갈 자산을 의미한다. 황 본부장은 “본인만의 기준이 명확한 것이 아니라면 ‘매그니피센트7(M7)’을 핵심 자산으로 설정하는 것도 괜찮다”며 “나머지 30%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구분 전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투자를 피하라고도 했다. 서학개미들에 익숙한 3배 추종형 상품 등은 상승장이 이어질 땐 좋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미국 투자를 지치게 하는 큰 요인이라고 했다. 황 본부장은 “적어도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미국의 패권이 사라질 일은 없고, 미 증시에서의 싸움도 마라톤 게임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며 “장기 성장하는 미 증시에서 제대로 된 습관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뛰는 것이지, 3배 추종형 상품으로 단기 차익을 내거나 원금을 크게 잃는 게 아니다”고 짚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