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발목 관절염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제공
정비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발목 관절염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제공
등산객이 늘어나는 때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시기면 관절염 고민도 함께 커진다. 대개 관절염을 무릎 질환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관절염은 연골과 관절이 있는 부위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발목도 예외는 아니다. 발목에 반복적으로 심한 자극이 이어지면 주변 인대 조직과 관절에 염증과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발목 관절은 다른 관절보다 염좌, 골절 등 외상이 관절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나이’보다 더 위험한 ‘염좌와 골절’

정비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13일 “발목 관절염은 다른 부위보다 발생률이 낮고 상태가 악화한 뒤에야 심각성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대표적인 침묵의 관절염”이라고 했다.

퇴행성 질환인 관절염의 대표 발병 인자는 노화다. 반면 발목 관절염은 환자의 70% 정도가 외상, 발목 염좌, 골절 등의 후유증 탓에 질환을 호소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해야 한다.

발목 염좌와 골절은 일상에서도 쉽게 겪는 질환이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면서 발목이 꺾일 때 주로 생긴다. 대부분 걷는 데 큰 어려움이 없으면 병원을 찾지 않는다. 이때 작은 손상이 반복적으로 계속 쌓이는 것을 방치하면 자신도 모르게 발목 변형이나 관절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 교수는 “인대가 늘어난 상태에서 아물었거나 손상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수시로 발목이 삐끗하는 만성 발목 불안정증과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증상이 계속되면 발목 관절염이 일찍 생길 수 있다. 그는 “부종이나 압통이 느껴지거나 걷거나 운동할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발목 전방전위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의학적 검사를 받아 정확하게 어떤 상태인지 진단해야 한다”고 했다.

○근본적 해결 위해선 정교한 수술 중요

발목 관절염 치료법은 질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다. 다만 비수술 치료인 보조기기 착용, 약물·재활 치료는 증상 정도를 개선할 수 있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하진 못한다. 연골이 거의 남지 않았거나 인대 손상 정도가 심하다면 수술 치료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수술로는 발목을 고정해 관절 움직임을 없앤 뒤 통증을 줄여주는 발목유합술, 닳은 연골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발목 인공관절치환술 등이 있다.

발목 인공관절치환술은 슬관절과 고관절의 인공관절보다 수명이 다소 짧은 게 단점이다. 최근 들어 수술 기법이 발전하면서 임상 결과와 인공관절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발목 관절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골 손실이나 수축된 인대 교정도 기대할 수 있다”며 “주변 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수술이 까다롭고 어려운 데다 집도의 경험과 실력, 그리고 환자의 기저질환 유무 등이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술법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예방 위해 평소 주변 근력 키워야

발 헛디뎌 인대 손상·골절…제때 치료 안하면 발목 관절염 악화
발목 관절은 체중 부하가 가장 심한 부위다. 수술받은 뒤엔 꼭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근력 강화 운동을 해야 한다. 꾸준히 재활 치료를 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정 교수는 “발목은 다른 관절보다 크기는 작지만 많은 뼈로 구성됐다”며 “수술할 때 연골과 인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상당히 까다롭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경험이 많은 의료진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다.

발목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발목 주변의 근력을 키워 유연성을 기르는 게 좋다. 평소 발을 벽 쪽에 대고 힘을 주거나 양쪽 무릎 사이에 두 주먹을 끼고 발을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는 운동 등을 하면 발목을 강화하는 데 도움된다. 눈 감고 가만히 서 있기나 한 발로 서 있기 등도 발목 강화에 좋은 운동법이다.

평소 운동하기 전엔 스트레칭을 잘해 근육과 인대를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등산할 때 배낭 무게는 몸무게의 10% 내외로 유지하고 중량감 있고 딱딱한 등산화를 착용해야 한다. 하산할 땐 자세를 낮추고 보폭을 줄여 발목 부담을 줄이고 한 시간 정도 등산했다면 10분가량 휴식하는 습관을 들여 근육에 부담이 커지는 것을 줄여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