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확장현실) 기기를 쓴 작업자의 눈 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진다. 실제 작업현장의 부품이 그대로 구현된다.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작업자는 부품의 위치를 바꿔가며 내부를 살펴보는 등 공정 작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작업자의 시선은 옆 자리에 선 ‘사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신입 사원이 빠르게 공정 지식을 흡수하도록 돕는 ‘홀로렌즈2’ 기술이다.

조선산업 전문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으로 출발한 부산지역 기업 일주지앤에스가 조선기자재 기업을 위한 솔루션 개발에 들어간다. 숙련공 육성 프로그램과 JIT(적시생산방식), 물류 최적배치, 위험상황 인지 안전 모니터링 서비스 등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다.

○부산 주력산업 맞춤 기술

일주지앤에스의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부산의 조선기자재 기업을 위한 보급형 솔루션 개발이다.

일반적으로 조선기자재 기업의 생산 방식은 생산라인 중심의 소품종 대량생산과 정 반대다.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의 셀 생산 방식이 대다수다. 작업 공간을 분할해 공정 과정 전체가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부품이 병렬로 나열돼 작업 공정률이 프로젝트마다 천차만별이다. 작업공의 숙련도가 중요하다.

일주지앤에스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조선기자재업체가 부산에 집중됐다는 점에 더해, 대다수의 조선기자재 기업이 중소기업이라는 사실까지 감안해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김정엽 일주지앤에스 대표는 “현장의 CCTV 만으로도 데이터를 수집해 공정률을 예측하고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 것”이라며 “지역 현안의 문제를 해당 지역의 기업이 직접 해결하라는 정부 과제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충족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주지앤에스는 이 프로젝트를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했다. 부경대와 부산대의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교수가 모인 기술자문 그룹부터 파나시아와 전진엔텍 등 기술 실증 기업도 모였다. 이외에도 부산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과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 산업 및 연구기관도 과제 개발에 뜻을 모았다.

○디지털 트윈부터 AI까지

일주지앤에스는 CCTV를 데이터 수집의 원천으로 삼을 계획이다. 공장 입장에서도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 공정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셀 방식의 생산은 프로젝트별로 다른 부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공간의 최적화가 생산과 직결된다. 공장에서 세운 APS(설비 부하를 고려한 일정 계획)에 CCTV의 영상 배치 정보를 활용한 알고리즘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재와 프로젝트 부품의 최적 배치를 계산하고 추천한다. 반제품 대기장의 실시간 자재를 관리하고, 조립 공정을 AI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만든다. CCTV의 눈은 작업자의 안전도 관리한다. 크레인 및 지게차, 사람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거리가 가까워지면 경고하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작업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출입 금지 구역에 가까우면 경고음을 울린다. CCTV의 영상 정보를 학습한 AI가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일주지앤에스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통합 관제 서비스를 구축해 실시간 공정률 파악과 인력 분배가 가능한 공장을 구축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SOP(표준작업지시서)는 XR 영역으로 확장된다. 표준작업지시서는 저숙련공을 위한 일종의 작업 매뉴얼이다. 일주지앤에스가 개발한 ‘홀로렌즈2’ 기기는 눈 앞의 부품이 그대로 가상으로 구현되는 기술이다.

다자간 협업이 가능하므로, 저숙련공의 작업 현황을 숙련공이 직접 보며 지시할 수 있다. 숙련공 부족 현상을 겪는 중소기업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2006년 조선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출발한 일주지앤에스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술을 개발하며 성장해왔다. 조선해양뿐 아니라 건설, 기계장비, 로봇, 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제조업과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토대로 에너지, 스마트시티, 서비스 디자인 등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