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지난 5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지난 5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호중 씨 2년 6개월 선고 맞아요? 집행유예도 아니고요? 아…심하다"

13일 오전 10시 2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형사 법정 앞. 문밖에서 기다리던 한 팬이 재판 참관 후 나온 취재진에게 이같이 되물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이날 음주 상태로 사고를 낸 후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가수 김호중(33)은 1심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시작 1시간여 전부터 재판을 마치고도 20~30여분간 법원 건물 안팎에는 김호중의 팬들이 몰려있었다. 김호중 팬클럽인 '아리스'를 상징하는 보라색 가방, 상의 등을 착용한 팬들은 "김호중 재판 참관하러 왔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손사래 치며 피했다.

머리 기른 채 다리 절뚝…일행은 '눈 질끈'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김호중의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김호중의 팬들이 팬덤 상징색인 보라색 상의나 가방 등을 착용한 채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김호중의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김호중의 팬들이 팬덤 상징색인 보라색 상의나 가방 등을 착용한 채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재판 시작 20여분 전, 법정 앞은 재판받으러 온 피고인단, 법원 관계자, 김호중의 팬들이 뒤섞여 혼잡한 모습이었다. 법정 앞 대기 인파가 40여명가량 길게 늘어선 탓에 법원 관계자들이 통제하고, 법원 내 입장 가능 인원을 미리 집계해 현장을 통제했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실제 재판을 참관할 수 있었던 인원은 20여명 정도로 반절 남짓이었다. 가까스로 참관 인원 안에 든 한 팬은 "9시 10분께 왔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한 재판에 다리를 절뚝이며 들어선 김호중은 구치소서 이발하지 못한 듯 머리카락을 목깃에 닿을 정도로 기른 모습이었다. 김호중을 선두로 이광득 전 생각엔터테인먼트(현 아트엠앤씨) 대표와 본부장 전모 씨가 들어섰으며 김 씨의 매니저인 장모 씨도 법정에 자리했다. 이들은 모두 검은색 양복을 입고 출석했다.

김 씨는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무표정으로 있었다. 얕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 씨 바로 옆에 자리한 이 대표는 선고 도중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전 씨와 장 씨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들 모두 약 7분간 진행된 재판서 방청석에는 눈길을 두지 않았다.

"경찰 수사력 낭비하게 했다…죄질 불량"

이날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호중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대표와 전모 본부장에겐 각각 징역 2년 및 1년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김 씨의 매니저 장모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피해자 운전 택시를 충격해 인적·물적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한 데서 나아가 매니저 등에게 자신을 대신해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수하게 했다"며 "초동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호중은 객관적 증거인 폐쇄회로(CC)TV에 의해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다"며 "허구의 통화 내용을 남기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와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그릇된 방식으로 김호중의 범행 은폐에 급급했고 범인 도피 또는 증거 인멸 범행에 나아갔다고 보인다"며 "정당한 사법 수사를 적극 방해하는 것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뒤늦게 범행과 책임을 인정하는 점, 김호중이 피해자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해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에 있는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조치 없이 도주해 6월 18일 구속기소됐다.

당시 김호중 대신 매니저가 허위 자수하며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건 발생 초기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해 오던 김호중은 수사망이 좁혀지자 결국 사고 이후 열흘이 지나서야 만에 "음주운전을 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포함해 김호중을 송치했으나 검찰 기소 단계에서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다. 김 씨는 사고를 낸 지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고 법정 음주 기준(0.03%) 미만이었다. 이에 검찰은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으로는 사고 당시 김호중의 정확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김호중은 이날 선고를 앞두고 재차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는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도 "피해자에게 정말 죄송하고 반성한다. 그날의 선택을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열 번 잘하는 삶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삶 살아가려 노력하겠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