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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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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인 A사는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의약품을 연구·개발·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의약품을 두 가지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판매했다. 자신의 명의로 수출 통관 절차를 거쳐 해외거래처에 직접 의약품을 판매하는 방식과 국내 수출업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의약품을 공급하면 해당 수출업자가 수출 통관 절차를 거쳐 해외거래처에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식약 당국은 A사가 수출업자를 통해 의약품을 반출하면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는 등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A사에 품목 허가 취소 및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국 처분에 불복한 A사는 제조판매중지명령등 취소청구의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최근 "이 사건 각 처분 중 각 회수·폐기 및 공표명령은 적법하나, 제조판매중지명령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약사법 71조 1항' 적용 범위가 쟁점

위 사건에서 식약 당국 처분 근거가 된 약사법 71조 1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에게 (…)53조 1항·61조(…) 및 62조를 위반하여 판매·저장·진열·제조 또는 수입한 의약품 (…)등을 공중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폐기하거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약 당국은 이 조항에 기하여 A사의 해당 품목 의약품 전체(적법한 의약품 포함)에 대하여 제조판매중지명령을 하였다.

법정에서 쟁점은 제조판매중지명령의 대상이 약사법 53조 1항·61조 및 62조를 위반한 의약품으로 제한되는지 여부가 됐다.

A사는 "약사법 71조 1항의 문언에 의하면 식약 당국이 약사법 53조 1항·61조 및 62조를 위반하여 판매한 의약품에 대하여만 폐기명령이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약사법 53조 1항·61조 및 62조를 위반하지 않은 적법한 의약품까지 포함한 해당 회사의 해당 품목 의약품 전체에 대하여 제조판매중지명령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식약 당국은 "약사법 71조 1항에 근거한 제조판매중지명령은 약사법 53조 1항·61조 및 62조 등의 위반이 없는 의약품에 대하여도 널리 적용 가능하다"고 맞섰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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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제약사 상고심 진행 중

1심 법원은 식약 당국의 주장을 배척한 후 약사법 71조 1항에 근거한 처분은 약사법 위반 사항이 있는 개별 의약품에 대하여만 가능하므로 약사법 53조 1항·61조 및 62조를 위반하여 제조·판매한 의약품이 아닌 품목허가를 받은 모든 의약품에 대하여 한 제조판매중지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식약 당국이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2심 법원 역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식약 당국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1심과 2심의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약사법 71조 1항의 문언상 앞서 예시로 든 ‘폐기’의 대상이 약사법 53조 1항·61조 및 62조를 위반한 의약품 등 또는 그 원료나 재료 등으로 제한되는 이상, 그 뒤의 ‘그 밖의 필요한 조치’의 대상도 앞서 예시로 든 폐기와 마찬가지로 제한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둘째, 약사법 71조 1항은 의약품 등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단’을 ‘그 밖의 필요한 조치’라고 넓게 규정하여 식약 당국에 이에 대한 합리적 재량권한을 부여하였는데, ‘그 밖의 필요한 조치’의 ‘대상’마저 제한하지 아니한다면 이는 식약 당국에 필요한 조치의 수단과 대상 모두에 대하여 사실상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 되어 적절치 아니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게 될 여지도 크다.

게다가 위 조항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는 침익적 행정처분이고,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며, 그 의미가 불명확한 경우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적용하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이 위 조항에서 말하는 ‘그 밖의 필요한 조치’의 대상을 해석함에 있어 약사법 위반 여부를 불문한 모든 의약품이 ‘그 밖의 필요한 조치’의 대상이 된다고 함부로 확대할 수 없다.

셋째, 약사법 71조 2항은 ‘의약품 등으로 인하여 공중위생상 위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비로소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은 유통 중인 의약품 등에 대하여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식약 당국의 주장과 같이 약사법 위반사항이 없는 의약품에 대하여까지 아무런 요건 없이 약사법 71조 1항에 따라 ‘그 밖의 필요한 조치’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약사법 71조 2항이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한 요건으로 ‘의약품 등으로 인하여 공중위생상 위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를 요구한 취지를 잠탈할 소지가 있다.

넷째, 약사법 53조 1항·61조 및 62조를 위반하지 않은 개별 의약품에 대하여 까지 제조판매중지명령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고 해석하게 되면, 그 자체로 지나치게 가혹할 뿐 아니라 비례의 원칙이나 책임의 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할 여지가 크다. 이러한 결론은 약사법 71조 1항의 취지나 이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을 고려하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다섯째, 식약 당국은 이와 관련하여 의약품등 안전에 관한 규칙(2021. 3. 8. 총리령 제168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 8] 행정처분의 기준’ Ⅰ. 일반기준 제6호는 “의약품 등의 제조업자에 대한 행정처분의 기준 중 그 위반사항이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개별 품목에 대한 위반사항인 경우에는 해당 품목의 허가·신고 또는 해당 업무에 대하여 행정처분을 한다”고 규정하여 의약품의 ‘품목’을 대상으로 행정처분이 이루어짐을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동 규칙 95조에 의하면 ‘[별표 8] 행정처분의 기준’은 약사법 76조 3항 및 76조의2에 따른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한 것으로, 약사법 제71조 제1항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의 경우에는 위 기준이 적용되지 않음이 명백하다.

여섯째, 식약 당국은 의약품을 품목 단위로 규제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각 위반 내역을 살펴보면 해당 회사가 약사법을 위반하여 제조한 의약품의 ‘제품배치 번호’가 모두 특정되어 있는 등 약사법 위반 의약품을 특정하는 것에 특별히 어려움이 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향후 식약 당국은 약사법 71조 1항에 근거하여 제조판매중지명령 등을 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그 처분 대상을 약사법을 위반한 의약품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위 사건은 2심 판결 이후 양측이 상고해 현재 상고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식약처·제약회사 약사법 해석 갈등…법원선 판매중지 ‘제동’ [화우의 바이오헬스 인사이트]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대법원 지식재산권조 재판연구관, 서울 고등법원 고법판사, 특허법원 제1호 고법판사를 역임하였다. 오랜 재판실무경험을 통해 법적 분쟁의 공격방어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뒷받침하여 승소를 이끌어내고 있다. 메디톡스를 대리하여 17전 16승의 전무후무한 실적을 거두는 등 국내 지식재산권 및 바이오헬스분야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