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친윤(親윤석열)계는 한 대표의 해명을 압박하고 있고, 친한(親한동훈)계는 제기된 의혹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친윤계 좌장 격인 권성동 의원은 13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대통령 부부를 향한 쌍욕 등이 몇백 건인가 몇천 건 있었다고 한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소문과 추측이 더해져 당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정 갈등이 봉합되는 과정에 이런 사건이 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한 대표에 대한 욕설이 있었다고 하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냐"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당 지도부는 먼저 당무감사를 실시해 이런 분쟁의 근원을 제거해야 하지 않겠나. 있는 그대로 밝혀줘야 한다"고 신속한 당무감사를 촉구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당원의 탈을 쓰고 잠입한 간첩들인 욕쟁이 저질 당원들을 모두 색출해서 반드시 축출해야 한다"며 "(이번 논란에 대해) 지금 당은 그다지 중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는 자신의 이름, 즉 한동훈으로 게재된 당원의 글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확인을 해줬다"면서 "한 대표가 쓴 글이 아니라면 더더욱이 그 한동훈 당원은 반드시 당에서 쫓아내야 되고 또 한 대표의 가족으로 전부 그 글 쓴 사람들도 반드시 색출해서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통상업무' 중인 한 대표에게 공개 질의한다. 당원 게시판에서 활동한 한 대표 온 가족 명의는 모두 동명이인인가. 원래 뭐 거는 것 참 좋아하지 않나. 이번에는 가족이 아니라는 것에 대표직이라도 걸겠냐"고 물었다.

장 전 최고위원은 "특정 기간 한 대표 가족들 이름으로 당원 게시판에 남긴 게시글 수는 한 대표 배우자 이름 100개, 한 대표 장인 이름 134개, 한 대표 장모 이름 367개, 한 대표 모친 이름 155개로 총 756개"라며 "이래도 아무 해명 없이 그냥 뭉개고 넘어갈 것인가"라고 재차 해명을 요구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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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인증을 거쳐 이용하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게시자 이름이 '김**'처럼 성을 제외하고 익명 처리되지만, 최근 전산 오류로 '작성자명'을 검색할 때 실명이 노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검색한 뒤 나온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게시글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며 여권에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표 측은 동명이인인 당원이 쓴 글이라는 입장이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YTN '뉴스NOW'에서 "당원 게시판에 쓸 수 있는 '한동훈'은 8명이다. 한 대표는 거기 등록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며 "한 대표가 73년생인데, 8명의 등록된 한동훈 중에 73년생은 없었다. 이 시점에 이토록 크게 문제를 키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부총장은 이어 "당 대표와 당 대표 가족들이 자기 실명으로 저렇게 쓰고 하는 게 거의 초현실적인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그런 비방의 글을 올리려면 한 대표가 실명으로 하기야 했겠냐"고 되물었다.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이 실명으로 비방글을 썼다는 의혹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