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 석탑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익산 미륵사지 석탑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한국은 석탑의 나라다. 정확한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탑으로 가는 길 2>는 이 석탑들을 둘러본 탐방기다. 저자 김호경은 KDB산은자산운용 대표 등을 지낸 금융인으로, 퇴임한 뒤 국가유산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역사학자도 미술사학자도 아니지만, 우리나라 탑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아무리 내구성 강한 석탑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탑도 변하고 그 탑을 둘러싼 주변 풍광도 변한다”며 “탑에 대한 현재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책과 논문을 읽고, 틈만 나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며칠씩 돌아다닌 결과물이 이 책이다.

탑은 소재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나무로 만든 목탑, 벽돌을 쌓아 올려 만든 전탑, 돌을 깎아 만든 석탑이다. 중국은 전탑의 나라, 일본은 목탑의 나라다. 한국도 처음엔 목탑을 만들었다. 하지만 화재에 약했다. 일본과 달리 질 좋은 건축용 목재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미륵사지 석탑은 나무로 만든 목탑을 모방한 것이었다 [서평]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다. 목탑을 모방한 초기 석탑이다. 당시 백제 시대 목조 건축 양식을 최대한 돌로 표현하려 했다. 가벼운 나무로 만들어야 하는 양식을 돌로 만들다 보니 문제도 생겨났다. 현재 미륵사지 석탑의 윗부분이 많이 파괴됐는데, 수평 부재들이 하중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이후 맹목적인 목탑 모방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창의적인 석탑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그런 예다. 미륵사지 석탑에 나타난 실험 정신과 원시성을 탈피하고 단아하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준다.

저자는 “당대 최고 장인들의 기술과 피와 땀이 녹아든 창작물”이 탑이라고 말한다. 탑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불교라는 신앙의 중심의 되는 구조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석탑들은 독창적인 조형예술의 아름다움과 그 우수성에 있어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리의 우수한 문화유산인 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돕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