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광들에게 이탈리아 영화란 네오리얼리즘이다. 번역하면 신(新)리얼리즘이지만 리얼리즘에 옛날 것과 새것은 없다. 어떤 시대에 유행한 사조(思潮)인가가 중요하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은 1940년대에서 1950년대에 유행했다. 2차 세계대전과 거기서 악마적 역할을 한 이탈리아 파시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는 영화들을 말한다.

새로운 이탈리아 리얼리즘 계보는 누가 잇고 있는 것인가. 순혈주의적으로 진짜 이탈리아 현대영화 감독들은 누구인가. 그 점을 보여주는 영화 상영회가 있다. 바로 ‘2024 이탈리안 스크린스’다. 이탈리아 최신 영화 세 편과 클래식 한 편이 상영된다.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다.

이번 상영회 때는 세 명의 낯선 감독 이름이 소개된다. 파올라 코르텔레시, 마르게리타 비카리오, 그리고 마르코 벨로키오다. 나머지 한 편, 고전 작품은 역시나 페데리코 펠리니의 138분짜리 대작 ‘8과 1/2’이다.

여성 감독 파올라 코르텔레시의 작품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흑백이다. 마치 1940년대 네오리얼리즘의 직계처럼 보인다. 내용도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들의 참정권 투쟁을 그린다. 이탈리아란 나라가 지닌 풍랑의 역사 그 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마르게리타 비카리오의 영화 ‘글로리아!’는 뮤지컬이다. 수녀원이 배경이고 수녀들이 극 중 인물들이다. 1800년대가 배경이며 이탈리아 사회에서 종교가 지닌 자유와 속박의 이중성을 비교적 경쾌한 톤으로 그려낸다.

특이한 작품은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영화 ‘납치’다. 가톨릭교회가 아동을 납치하는 이야기다. 1858년이 배경이고 이탈리아 가톨릭이 가졌던 억압성과 폭력성, 무엇보다 일종의 신정정치적 성격이 지닌 위선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한편으로 가톨릭교회의 웅장함과 양식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은 고전 중의 고전이고 걸작 중의 걸작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