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넘게 연금개혁이 표류하는 사이 추가로 쌓인 부채가 7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년간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여야가 정치 싸움에 골몰한 사이 미래세대의 부담만 늘어난 것이다. 이대로 연금개혁을 방치하면 모처럼 잡은 개혁의 ‘골든타임’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안 제시에도 국회는 허송세월

연금개혁 2년간 방치한 국회…미래세대 누적부채 75조 더 쌓였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야가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한 2022년 7월 22일 이후 이날까지 845일간 누적된 미적립부채가 74조78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적립부채는 향후 70년간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기로 돼 있는 연금급여에서 가입자가 낼 보험료와 적립된 기금액을 뺀 차액으로, 미래세대가 보험료와 세금 등으로 메워야 하는 사실상의 빚이다.

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70년 뒤인 2093년까지 누적되는 미적립부채는 현재 가치로 223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2236조원에 맞먹는 규모다. 연간 31조9000억원, 월 2조7000억원, 하루 885억원씩 부채가 쌓이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연금개혁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연금개혁 단일 안을 내라는 더불어민주당 압박에 정부가 9월 4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2%로 높이고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핵심으로 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작 이를 논의할 연금특위 구성에 반대하며 아무런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여야 의원이 동수로 참여하는 연금특위가 아니라 민주당이 과반을 점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소위를 꾸려 개혁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 민주당 주장이다.

○“연금개혁 올해가 골든타임”

연금 전문가들은 개혁이 늦어질수록 개혁의 난도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5차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개혁이 5년 늦춰질 때마다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높여야 하는 보험료율은 1.6~1.9%포인트씩 상승한다.

모수개혁 없인 현재 연 4.5% 수준인 기금운용수익률을 연 5.5%로 1%포인트 높인다는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수개혁에 실패할 경우 2027년이면 국민연금은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선다. 이 시점부턴 기금운용수익을 헐어 급여 지급에 투입하게 된다. 그 규모는 2028년 8조원에서 2040년 72조원으로 급격히 불어난다.

한 국내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수익률 제고는 결국 고수익·고위험 자산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는데 매년 수십조원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에선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능하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보험료율 인상만큼은 국회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