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요 부서와 산하기관이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
서울시 주요 부서와 산하기관이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
13일 서울시 A부서 소속 직원들은 표지에 ‘행정사무감사(행감)’라고 쓰여진 두툼한 책자를 가득 실은 수레를 밀며 감사장이 마련된 서울시의회로 향했다. 매 연말이면 시청 일대에서 펼쳐지는 익숙한 풍경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를 마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시의회 행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종이 쓰레기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이 자료를 요구하면 해당 의원실에만 답변을 보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모든 의원에게 동일한 내용을 똑같이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두툼한 자료집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시에 따르면 시가 최근 3년간 제작한 국감 요구자료 모음집은 총 2030부로, A4용지 187만1860장 분량에 달했다. 나무 한 그루에 평균 1만 장의 A4 용지가 생산되는 만큼 총 187그루가 뽑혀 나간 셈이다. 책자 제작에 드는 비용만 매년 2000만원이 넘는다.

시의회 행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주요 실·국 본부와 사업소의 사무관리비를 분석한 결과 총 26개 부서에서 행감 자료 제작에만 2억9640만원을 썼다. 나무 수로 환산하면 988그루다. 국감과 행감을 합쳐 매년 1000여 그루 나무가 사라지는 셈이다.

시의회 행감은 통상 11월부터 약 5~6주간 열린다. 이 기간에는 의원 요구자료집 외에도 주요 업무보고, 조례 동의안과 안건 자료까지 책자로 제작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 직원은 “연말만 되면 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가 질의 답변서에 보충 자료, 쪽지 등에 이르기까지 셀 수조차 없는데 실제로 다 챙겨보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