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커버링에 0.5% 오른 유가…강달러로 상승폭 제한 [오늘의 유가]
일주일 동안 내림세던 국제 유가가 13일(현지시간) 소폭 올랐다. 공매도 후 나타나는 쇼트커버링(공매도 청산을 위한 환매수)으로 올랐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이어진 강달러 기조에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며 상승 폭이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0.31달러(0.54%) 상승한 68.43달러에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월물은 0.39달러(0.46%) 오른 배럴당 72.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 추이/자료=오일프라이스
국제 유가 추이/자료=오일프라이스
국제 유가는 10월 말 이후 최저가에서 0.5%가량 반등했으나, 이는 여전히 올해 최고가에서 20% 하락한 가격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중국의 석유 수요 부진,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외 산유국들의 생산 증가 전망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한 달 동안 두 유종은 6달러 내에서 가격 등락을 거듭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유가 상승은 가격 하락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쇼트커버링에 나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위다. 밥 야거 미즈호증권 에너지 선물 담당 이사는 "(국제 유가는) 의심할 여지 없이 하락세"라며 "일부 투자자들이 손실을 회복하려고 시도하면서 시장이 반등했다"고 로이터통신에 설명했다.

미 대선 이후 줄곧 이어진 강달러 기조는 유가의 오름폭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유로 엔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비교한 달러인덱스는 106.52로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면서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석유 수요를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 유가 시장에서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시장 참가자들의 구매력을 낮춰서다.

전 세계 원유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에 당분간 국제 유가는 더 내릴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미국 및 전 세계 석유 생산량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EIA는 올해 미국 원유 생산량을 일일 평균 1323만배럴로 예상했다. 이전 예측치(일일 평균 1322만배럴)보다 1만배럴 높고, 지난해 기록인 일일 1293만배럴보다 약 30만배럴 더 높은 수준이다. 세계 석유 생산량 예측은 이전 예측인 일일 평균 1억250만배럴에서 1억260만배럴로 올려잡았다. 내년 전망치도 1억450만배럴에서 1억470만배럴로 약 20만배럴 더 높게 예측했다.

원유 생산 증가 전망에 주요 산유국들은 생산량을 조절해 유가를 방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유가를 밀어 올리기엔 부족한 조치로 보인다. EIA는 "OPEC+ 생산국들이 2025년에도 최근 발표한 목표치 이하로 생산량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지만, (감산은) OPEC+ 생산국들이 생산량 감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 유가 하락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달 초 OPEC+는 유가 하락을 이유로 12월에 원유 증산 계획을 연기했다.

다만 내년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경한 외교정책을 펼칠 경우 공급 불안정성을 자극해 유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투자은행 팬뮤어 리베룸의 애슐리 켈티 분석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강화할 경우 세계 석유 공급이 일일 130만배럴가량 감소해 유가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월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을 국무장관 자리에 임명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영향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