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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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자가 의대 진학을 희망합니다. 꼭 붙게 해달라고 오늘 종일 기도하려고요. 입학 선물로 몇백만원짜리 노트북도 챙겨주려고 준비해뒀어요."

14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 대웅전 앞. 양모(82) 씨는 두손을 가지런히 합장한 채 "손주의 '수능 대박'을 기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씨는 "대학만 붙는다면 기도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부담스러워할까 봐 연락한 지는 오래됐고 이따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고생했다'고 전화해 말해줄 것"이라며 손주 사랑을 드러냈다.

조계사, 명동성당 등 서울 주요 종교 시설에 수능 당일까지 수험생 가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명동성당은 예배당이 붐비는 건 물론이고 기도 공간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계사 대웅전 앞은 몰린 인파로 '수능 당일 기도 천막'까지 세워졌다.

'당일 기도'에 온 가족 출동

/사진=김영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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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조계사 초입에는 '수능 차 보시' 부스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커피, 율무차, 쌍화차 등을 수험생 가족에게 내어주며 "잘 될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등 덕담을 건넸다. 몇몇 학부모들은 두 손을 파르르 떨며 차를 받았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고3 딸을 둔 박모(52) 씨는 손에 꼭 쥐고 있던 딸의 증명사진을 보여주면서 "딸이 꼭 가고 싶어 하는 공학과가 있다"며 "수시로 네 군데 지원했는데 더도 말고 딱 한 군데만 합격하게 해달라고 빌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옆에 있던 박 씨의 친언니(54)는 "나도 조카가 원하는 성과를 거두길 같이 기도했다"면서 "자식 있는 부모들은 오늘 모두 한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사에서 공양 초를 켜는 시민들. /사진=김영리 기자
조계사에서 공양 초를 켜는 시민들. /사진=김영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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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30분께 비가 조금씩 내리자 대웅전 바로 앞 '수험생 행복 기원 촛불 공양' 부스 위에도 천막이 세워졌다. 가족들은 초에 불을 밝히며 간곡한 기도를 올렸다.

서울 강서구에서 왔다는 이모(80) 씨는 "우리 아들 학력고사랑 딸 수능 때도 매번 이곳에 와서 기도했다"며 "오늘은 외손자 수능 기도해주러 왔다. '기도발'이 좋았는지 다들 잘 사니까, 손주도 시험을 잘 치를 것"이라며 미소를 띠었다. 이번주에 안양 삼막사와 강남 봉은사도 다녀왔다는 이 씨는 "괜히 걱정할까 봐 딸과 손주한테는 말 안 했다"고 덧붙였다.

70대 최모 씨는 "손녀딸이 오늘 생일"이라며 "수능 기도에 생일 기도까지 오늘 2배로 해야 해서 바쁘다. 손주가 원하는 결과를 생일 선물로 받길 바란다"며 대웅전을 향한 발걸음을 서두르기도 했다.
/사진=김영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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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명동성당 예배당을 찾은 김모(56) 씨와 최모(51) 씨 부부도 "삼수생 아들이 이번에는 꼭 원하는 대학에 붙길 바라는 마음에 반차까지 내고 미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21년만 '졸업생 최다' 수능

14일 오전 덕성여고 수능 시험장 앞. /사진=김영리 기자
14일 오전 덕성여고 수능 시험장 앞. /사진=김영리 기자
오늘 치러지는 수능은 21년 만에 '졸업생 최다 응시' 기록을 세웠다. 2025학년도 수능은 전년도보다 1만8082명 많은 52만2670명이 지원했다. 이중 재학생이 34만777명으로 65.2%를 차지했고 졸업생은 31%인 16만1784명으로 집계됐다. 졸업생 응시자가 18만4000명이었던 2004년 이후 가장 많은 졸업생이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게다가 종로학원이 6월 모의평가와 본 수능 접수자의 차이로 추정한 반수생 지원자는 총 9만3195명이다. 대학 입학 후 1학기만 마치고 휴학해 수능 공부에 뛰어드는 학생을 의미한다.

이에 입시 전문가들은 내년도 의대 증원을 노리고 '재도전'을 결심한 상위권 대학의 N수생(재수 이상 수능 응시자)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조계사 곳곳에서도 '의대 합격 기원'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조계사에 걸린 축원 문구들. /사진=김영리 기자
조계사에 걸린 축원 문구들. /사진=김영리 기자
문제 변별력 확보가 관건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올해 수능 출제위원장인 동국대 최중철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따라 최상위권 N수생이 많이 몰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출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N수생의 숫자만 파악했지 실력을 파악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수능부터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 응시원서 접수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해 난이도를 조절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